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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Nov 16. 2023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1)

(1) 평범한 살인사건

 내가 반장님의 전화를 받고, 사건현장으로 달려갔을 때에는 이미 죽은 남자와 그를 죽였을 것 처럼 보이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남자, 이렇게 셋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  

  여자는 자신을 책망하며, 바닥에 주져 앉아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그녀가 피범벅으로 된 손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자, 보다 못한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자신의 옷으로 닦아 주었다.      

 나는 남자의 행동을 제지하고는 부하 형사들을 시켜 여자를 연행하도록 지시하고는 남자에게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출두할 것을 부탁했다.     


 나는 천천히 그 집을 둘러봤다. 그 집은 흔한 사진액자조차 없을 만큼 집안이 깔끔했다. 주변을 둘러보고는 나는 사건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 십번 칼에 찔린 듯한 남자는 얼굴까지 난도질 당해 있었다.     

 오랫동안 많은 사건을 다뤄보면, 대충 감이 온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에 시달린 여자가 결국 참지 못하고 남자를 죽였을 것이고, 무서움에 떨며, 남편에게 전화하자, 그 남편이 대신 신고를 했을 것이다. 

    

 사건 현장을 둘러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반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 어, 태수야. 지금 현장이냐?

“네, 반장님, 지금 현장이에요”

- 좀 어때?

“그냥 여자가 자신을 스토킹하는 남자를 칼로 찔러 죽인 것 같아요. 그리고 신고는 그 여자의 남편이 했구요”

- 단순 살인이라는 거지?

“그런 것 같습니다”

- 요즘, 연쇄 성폭행범 ‘치와와’ 때문에 골치가 아프니까 그 사건 별것 없는 것 같으면 빨리 종결하고 이 쪽으로 넘어와라.

“네, 반장님. 일단 피의자랑 참고인 면담하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 그래, 수고해라     


 나는 동료에게 현장감식을 맡긴 채, 여자를 취조하기 위해 경찰서로 향했다. 며칠 밤샘으로 인한 내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화장실에서 대충 눈꼽 만 땐 체, 그녀가 있는 취조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얼이 빠진 채로 허공을 응시하며, 내가 들어 와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사건 담당자 이태수입니다.”     


 나는 나를 소개하고는 살인에 대한 동기를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30분의 대치 상황 동안 그녀는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했다. 우선, 큰 사건으로 혼란스러웠을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그녀를 돌려보내고는 그녀의 남편을 따로 불러 다시 취조실에서 만났다.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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