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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Dec 14. 2023

(단편소설) 방화하는 수사 (5)

(5)목격자 찾기

 “안녕하세요. 경찰입니다. 며칠 전에 여기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아, 저는 잘 몰라요”     

 벌써 네 번째 퇴짜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 한 캔을 구매하며, 속는셈 치고, 학생으로 보이는 편의점 알바생에게 물었다.      

 “학생, 여기서 일 오래했어요?”

 “네, 그런데요”     

 알바생은 내게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혹시, 이 근처에 이상한 남자 있지 않았나요? 예를 들면, 한 곳에 오랫동안 서서 아파트 출입구를 바라본다던지 하는 변태 같은 사람”

 “흠... 왜 그러시는데요?”


 남자 알바생은 귀찮다는 듯이 대충 대답을 했다. 나는 형사 뱃지를 알바생에게 보여주며 협조를 구했다. 그러자 남자 알바생은 뱃지를 보고선 당황하며 자세를 고치곤 대답했다.     

 “네, 형사님. 저는 여기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하는데요. 형사님이 이야기 해주신 이상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래요?”

 “네, 보통 아침 10시 쯤 등장해서 12시 쯤 사라집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죠?” 

 “제가 그 시간대에 담배를 피거든요. 늘 담배 피러 나갈 때 마다 102동 출입구를 뚫어지게 보는 남자를 거의 매일 봤거든요.”     

 나는 알바생의 말을 듣고는 102동이 사건 현장임을 떠올리며. 미진과 봉팔이 이야기한 스토커는 거짓이 아니었음을 생각하고 있는데, 알바생이 자신의 목격담에 사족을 붙였다.      

 “그 놈 뭐 잘 못했나요? 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 여름이던 겨울이던 긴 코트를 입고 와서는 사람들 그냥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으니까요. 기분 나쁘게! 그 놈 잡으시려면 내일 10시 쯤 오세요”

 “아 학생 그 스토커는 어제 죽었어요”

 “네?”


 알바생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소리세요? 오늘도 거기 서있었는데.....”

 “오늘도 서있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말 그대로 오늘도 그 자리에 서서 102동 출입구를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잠깐만, 그렇다면, 혹시 학생이 말한 그 사람 말고는 다른 이상한 사람은 없어요?”

“네, 이 동네에 그 놈 말고는 이상한 사람은 없어요”     

나는 피해자의 사진을 알바생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학생이 말한 그 이상한 사람이 지금 사진 속 남자랑 닮았나요?”

“전혀 다른데요. 그 이상한 남자는 머리가 벗겨지지도 않았고, 이렇게 통통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이 아저씨 102동 아저씨인데... 가끔 우리 편의점에서 맥주랑 담배 사가 셔서 알아요”     

나는 알바생의 이야기에 이번에는 미진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혹시, 이 여자도 이 편의점에 자주 왔나요? 그리고 앞서 보여준 남자랑 같이 온 적 있었나요?”

“네, 이 분도 102동 아줌만데, 저 아저씨 따라 몇 번 온 적 있었어요.”     

나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알바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맥주도 챙기지 못한 채 빠르게 편의점을 나와, 영수에게 전화했다.      

“영수야”

-어 태수야

“당했다. 

-뭘 당해?

“어제 살인사건, 피해자 말이야.

-그 스토커? 

“스토커가 아니야, 미진씨에 남편인 것 같다 아무리 봐도

-그게 갑자기 무슨소리야? 만나서 이야기하자 너 지금 어디야?

“일단, 시체 조사 들어갔지? 결과 언제 나와?

-빨라도 3일 정도 걸리는데

“그러면, 어제 지문 채취할 때, 남편 지문도 채취했냐?

-같이 했지. 

“그 남편이라고 했던 사람 신원 좀 확인해봐, 내가 볼 때 그 사람 오봉팔 아니다. 

-일단, 알겠다. 내가 그렇게 지시해 놓을 게, 나는 지금 경찰서 들어가니까 거기서 보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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