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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Mar 28. 2024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完)

(20) 방황하는 수사 


“강민수 우리를 끝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 물음에 그는 대답이 없었다.      

“좋아, 천천히 가자고”     

나는 그에게 퉁명스레 말을 건내고는 조사실을 나와, 유리창으로 그를 지켜봤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한 채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다. 나는 초조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입을 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민수는 똑똑한 사람이다. 대학에서 범죄를 전공했고, 자신의 뜻대로 일을 풀었다. 하지만 그도 놓친 것은 있다. 바로 나와 영수가 이렇게 독종처럼 사건을 휘젓고 다닐지는 몰랐을 테니 말이다. 나는 한참을 그가 혼자 있도록 두었다. 그가 좀 더 초조해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두 시간이 지나고 나는 다시 조사실로 들어갔다.      

“강민수 배고프지? 밥 시켜줄게 뭐먹을래?” 

“밥은 괜찮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형사님, 이제 다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강민수는 과거에 억울하게 가난했다. 부모가 사기를 당해 그의 아버지는 몇 날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고, 그의 어머니는 어린 그를 두고 집을 나갔다. 하지만 그는 똑똑했다. 오직 믿은 것은 머리밖에 없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유명대학의 범죄학과에 진학 할 수 있었다. 그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 경찰이 되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모두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는 대학에 다니며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학비를 충당했고, 남은 돈은 미래를 위해 저축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헌신한 할머니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그러나 그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할머니가 오봉팔에게 그간 나물을 팔며 모은 모든 돈을 사기당하며,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자신의 가족까지 잃은 강민수는 모든 것을 던졌다. 공부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과거 자신의 상황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없었던 미진을 만났다. 자신을 떠나 누구보다 잘 살기를 바랬 던, 그녀가 눈에 난 멍을 큰 선그라스로 가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그는 채근했다. 남편이 누구냐고, 그런데 자신을 힘들게 한 그 남자 ‘오봉팔’이라는 이름을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 순간 그를 바로 죽이리라 결심했다.     

 

--     


 묵묵히 강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그가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자 물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건가?”

“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결국 가족을 잃은 상처와 자신의 사랑에 대한 복수를 오봉팔에게 했나보구만, 근데 한 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네, 형사님 무엇인가요?”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도대체, 김미진은 왜 죽인거야?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왜?”

“제가 가장 힘들 때, 날 떠나간 사람이니까요”

“김미진 말은 아니던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던데..”

“저도 알아요. 왜 그녀가 날 떠났는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의 심문을 마치고 나는 그를 유치장에 넣기 전 그 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근데, 우리를 정말 끝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강민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했다.     

“방황하는 수사일수록 범죄자가 이길 확률이 늘어나죠. 제가 10년을 배운 겁니다. 그런데, 형사님이 이토록 방황하지 않으실 줄은 계산에 없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나의 방황하는 수사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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