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거리 소설가 Mar 07. 2024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17)

(17) 두 번째 사건현장

“어 왔냐? 그냥 쉬지 뭐하러 왔어?”     

반장은 사건현장으로 바로 달려온 나를 보고 심드렁하게 물었다.      


“제가 몇 달을 담당했던 사건인데,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나도 모르겠다. 일단 주변 CCTV는 확인하고 있기는 한데...”     

반장은 말을 아꼈다.      


“사인은 뭐에요?”     

내가 물었다.     


“칼에 찔렸어. 그것도 많이”     

나는 반장의 말을 뒤로하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감식반이 현장조사를 거의 마쳐 대부분 빠져나간 상태였다. 이제 것 많은 사건 현장을 둘러봤지만, 그렇게 묘한 느낌을 받은 현장은 처음이었다. 우선, 미진의 시체를 먼저 살펴봤다. 복부 쪽을 수차례 찔린 채로 벽에 기대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눈은 뜨고 있었으며, 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팔은 축 늘어트린 채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영수에게 전화가 왔다.     


-태수야!     

영수가 전화 넘어로 내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응, 영수야”     


그런 영수에게 나는 아까 반장이 그랬던 것처럼 심드렁이 대꾸했다. 하지만 영수는 흥분해서 더 커진 소리로 내게 이야기했다.      


-야, 일이 좀 골치 아프게 됐다. 김미진이 죽었대.

“응, 나도 반장님께 소식 받고 지금 현장이야”

-벌써 현장이야? 기다려 나도 금방 갈게

“알았다”     


 맥없이 전화를 끊고,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왔다. 애꾸선장에 말에 의하면, 미진의 집 창문은 모두 닫혀있던 상태였다. 즉, 범인이 당당히 문으로 들어가서 찔렀다는 건데, 면식범의 소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를 죽일 만한 동기가 있을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몰래 그녀를 지켜봤던 두 달 동안에도 그녀가 외출을 하거나 그녀의 집에 누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친구는 있을 수 있겠지만, 금전관계가 깨끗하고, 평생 주부로서만 살았던 그녀를 갑자기 죽일만한 동기가 있을 사람이 튀어나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거기에 그녀는 최근 사건으로 인해 극도의 불안이 몸을 휘감고 있어서 더 조심했을 터인데, 자신이 직접 문을 열어 맞이한 사람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조차 분간을 못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애꾸와 계획했던 모든 일이 틀어졌다. 아니, 새로운 사건이 생겨버렸다. 강민수를 잡아야 하는데, 지금 강민수와 김미진을 죽인 범인 두 명을 잡아야한다. 사건이 점점 복잡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물 한 병을 사서 입에 다 털어 넣었다. 목마름이 가시지가 않았다.      


“태수야!”     


나를 부르는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영수가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다가오는 영수를 보며 다시 담배 한 대를 물었다.      

이전 16화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16)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