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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Feb 22. 2024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 (15)

(15) 애꾸의 계획


 애꾸가 내게 계획을 세웠으니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빠른 시일이었다. 나는 지난번과 마찬가지고 혼자서 애꾸와 만났던 카페로 향했다. 애꾸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애꾸가 내게 커피를 권했다. 이번에는 애꾸의 호의를 받아드리기로 했다. 커피가 나오고 나는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었다. 애꾸가 내게 불을 붙여주며 그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어제 전화로 계획을 세웠다고 거창하게 말씀은 드렸는데, 사실 그리 거창한 내용은 아닙니다!”     

 애꾸가 말을 끊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일단, 저희는 김미진에게 접근할 겁니다. 우연히 우리쪽에서 경찰을 도청하다가, 선생님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밀항배 영업을 하러 왔다고 설명할 겁니다. ‘종종 그렇게 영업을 합니다‘라고도 이야기하면서 안심도 시키구요.”

 “아니, 김미진이 그걸 믿고 정말 넘어올까요?”

 “네, 분명 넘어옵니다.”

 “어떻게 확신하시는 거죠?”


 나는 애꾸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지금 김미진의 상태는 극도로 불안정합니다. 자기는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고, 사랑하는 연인은 중국에 도망가있고, 본인은 아무것도 없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말입니다. 선생님은 사람들이 왜 보이스피싱에 걸려드는지 아십니까? 그것도 극도로 힘든 사람들이 더 잘 거리는지 모르시죠?”   

  

 애꾸는 담배를 깊숙이 빨았다가 뱉어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사람들에게 누군가 밧줄을 주었을 때, 그 밧줄이 썩은 줄인지 아닌지는 그런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당장 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만 혈안이 되어 똥인지 된장인지 따지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잡을 겁니다”     


 애꾸의 확신에 나는 더 이상 그에게 반박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말에 동조하듯 얼굴을 끄덕이자, 그는 다시 웃기 시작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제 미진이 우리에게 넘어와서 중국 가는 밀항배를 탄다면, 미진은 강민수에게 바로 연락할 겁니다”     


 애꾸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미진을 이용해 강민수를 끌어드린다는 막연한 아이디어만 있었는데, 애꾸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나는 그를 전적으로 믿기로 했다. 그렇게 애꾸와 나는 두 번째 미팅을 마치고 돌아갔다. 애꾸는 내게 미진은 적어도 내일이나 모래 접촉할 생각이라고 했으며, 경과는 이슈가 발생했을 때 마다 내게 전화주기로 했다. 곧바로 나는 영수에게 전화를 걸어 애구가 세운 계획을 말했다. 애꾸의 계획을 하나씩 이야기 할 때마다, 영수는 이미 잡기라도 한 듯이 흥분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수도 나 만큼 강민수에게 화가 나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영수와 통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눈을 붙이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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