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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Feb 08. 2024

(단편소설) 방황하는 수사(13)

(13) 애꾸선장 (1)

나는 초조하게 시계만 바라봤다. 영수로부터 애꾸선장이라는 사람이 인천항 A섹터 밀항배를 모두 관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여러 루트를 통해 힘들게 연락했고, 지금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내가 형사라는 사실을 그에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약속시간이 1시간이 넘게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여기 어딘가에서 내가 혹시나 형사일지 아닐지 체크하기 위해 보고있음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그와 만나지 못한다면, 내 계획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망부석처럼 약속장소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겨울의 한기가 옷까지 파고 들 때, 멀리서 푸짐한 체구의 남자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하하하, 혹시 민준씨인가요?”     


나는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 싫어, 가명을 썼다.     


 “네, 제가 김민준입니다. 혹시 애꾸선장님이신가요?”

 “맞습니다”   

  

그는 내게 밝게 인사하고서는 미안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거갔다.   

  

 “이거, 내가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한 시간이나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고객님한테 결례를 범했네요.”     


나는 그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괜찮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근처 북적이는 카페로 자리를 이동했다. 애꾸선장은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 했다.     


 “이 부둣가에는 카페가 참 많습니다. 연인들도 많이 오고요. 하지만 나는 여기 카페가 가장 좋더라고요. 커피도 맛있고, 여기 사장도 싹싹하고,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뭐로 드실건가요?”


 나는 혹시나 그가 내게 헤코지를 할까봐 두려워 어떠한 것도 주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가 약간 실망한 것인지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마실 커피만 하나 주문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그럼 밀항은 혼자 하시는 건가요? 날짜는 언제로 생각하고 계세요? 요즘 단속이 빡세져서, 비용은 조금 나갈 건데 괞찮으시죠?”     


 그는 내게 속사포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계속 말하고 있을 때, 나는 겉옷 주머니에서 경찰 뱃지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서울 광수대 수사 1과 팀장 이태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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