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by 허아른



초등학교 동창이 죽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유미에게서.


"아영이가 죽었대. 진희한테 전달."


굳이 연락해준 건 고맙지만, 이제 와서 장례식에 참석할 마음은 없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다아 숨었니?’

‘아아니!’


창 밖에서 동네 꼬마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와 스마트폰 게임만 하는 줄 알았는데. 하기사, 이 주변은 구불구불한 주택가라서 숨바꼭질을 하기엔 최적일지도 모른다.


우리 동네도 그랬다. 우리도 어렸을 때, 그렇게 숨바꼭질을 하고 놀았다.


유미랑, 진희랑,. 은지랑, 그리고,

그 애랑.


그 애는 언제나 술래였다.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다아 숨었니?’

‘아아니!’


그 애는, 한쪽 다리가 짧았다. 걸을 때는 몸이 짧은 다리 쪽으로 기울었다. 우리가 멀리멀리 뛰어가서 숨고 나면, 그 애는 한쪽 다리를 끌면서 우리를 찾아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묘하게 불쾌한 광경이다. 어째서 그때는 그 모습이 재밌다고 생각한 걸까.


우리는 수없이 많이 숨바꼭질을 했지만, 그 애가 우리를 찾아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얼굴도 기억 못하지만, 그것만은 기억한다.


숨바꼭질의 끝.

정해진 엔딩.


그것은 정말 숨바꼭질이었을까. 아이들은 각자 다른 곳에 숨어서 술래를 지켜보았다. 한쪽 다리를 땅에 끌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그 아이를. 그건 정말 숨바꼭질이었을까.


저녁 때쯤 되면, 숨어 있기 지루해진 아이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술래에게 다가가 잡혀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잡힌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마지막에 남는 건 언제나 그 아이였다.


해가 다리를 질질 끌며 산너머로 넘어가는 저녁.

그 아이는 홀로 거기에 있었다.


진희, 유미, 은지랑은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지내지만. 그 애와는 숨바꼭질 하던 시절의 기억이 전부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맞다,


그 날.


그날은 조금 장난을 쳐보고 싶었다. 어차피 결말이 정해져 있는 숨바꼭질이었으니까.


‘다아 숨었니?’

‘아아니!’


다 숨었니를 연발하는 그 애에게 아니라고 소리치면서 우리는 달려갔다. 달리고 달려서, 그대로 집에 가 버렸다. 그날 그 아이가 우리를 계속 찾아 다녔을지, 아니면 포기하고 금방 집에 돌아갔을지, 그건 지금도 알 수 없다. 그 아이는 어째서인지 다음날 큰 병원에 실려갔고, 그걸로 끝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유미의 문자를 받고 나서야 그 애 이름이 아영이였구나. 하는 정도다. 애당초 유미가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맞다,

진희한테도 전해달랬지.


나는 유미가 보낸 문자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아영이가 죽었대. 진희한테 전달."


어렸을 때 쪽지를 전달하며 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 세상에 ‘전달’이라니. 유치하지만 어딘가 그립다. 문자를 쓰고 전송을…


…누르려다가…


‘다아 숨었니?’

‘아아니!’


잠깐 멈칫했다. 요즘 아이들이라면 스마트폰을 갖고 있겠지. 하지만 어렸을 때 우리에게 전화기가 있었던가?서로 연락처를 가르쳐줬던가?


…그 애랑은 그때 그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유미는 그애가 죽었다는 걸 대체 누구에게 들었을까? 그리고 나는 대체 왜 이런 문자를 쓴 걸까.


"아영이가 죽었대. 은지한테 전달."


나는 왜 다음 전달 상대가 은지라고 생각한 걸까.아니, 생각이란 걸 했었나?

모르겠다. 모르겠지만…내 손가락은 전송을 눌렀다. 전송을 누르는 순간,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찾아아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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