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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Apr 05. 2024

찌질한 남자(1)



"살려주세요!"

터벅터벅 어두운 밤 주택가 골목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아이의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 큰 목소리는 아니었다. 속삭이는 듯하지만 최대한 소리를 내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목소리다. 뭐지? 두리번 거린다. 몇 발자국 앞으로 창문에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그냥 모른 척하고 돌아서 갈까, 0.1초 그런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만약 아이에게 정말로 위급한 일이 있는 거라면? 얼른 아이가 있는 주택 앞으로 다가간다. 3층 창문을 향해 올려다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이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슨 일이야?"

"도와주세요, 동생이 위험해요."

"동생이 지금 어디에 있는데?"

"저쪽 방에요. 새아빠가 끌고 갔는데 화가 많이 났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의 표정과 말투, 목소리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봐서는 절대 장난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심각성을 깨달은 이나는 얼른 휴대폰을 열어 전화를 건다.


"네, 112죠? 여기 OOO OOOO OOO번지 3층인데요. 가정폭력이 의심됩니다. 얼른 와주세요."


다시 고개를 들어 아이를 보며 말한다.


"넌 괜찮아?" 하고 묻는데, 그 순간 희미하게 '쾅쾅'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얼굴은 공포에 질려 사색이 되었다.


"동생이 위험해요.." 힘겨운 목소리로 내뱉는다.


아. 안 되겠다.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판단이 든 그녀는, 곧장 아이가 있는 3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발로 쾅쾅 세차게 두드린다.


"..."


다시 한번 발로 세차게 두드린다.


"누구야!!!"

"문 좀 열어보세요."


여자의 목소리에 안심한 걸까. 바로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소리친다.


"너 뭐야, 누가 이 밤에 남의 집 문을 두드리래!!!"


이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남자의 멱살을 잡아끌고 아래로 내려간다.


"야 씨 뭐야 이거 안 놔? XXX이!!"

남자는 거친 욕설을 내뱉지만, 질질 끌려 내려갈 뿐이다.


이나는 170cm의 키에 단단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남자의 키는 이나와 비슷하지만 마른 체형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의 힘에 그냥 끌려 내려간다고? 이나는 보통 여자와는 다르다. 이 남자도 지금쯤이면 살짝 눈치챘으려나.


주택 현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남자를 냅다 뒤집어 바닥으로 던져 버린다.


"으아악.."

"너 같은 놈도 어른이라고 할 수 있냐? 찌질하게 아이들을 때려???"


소란스러운 소리에 주변에서 한 명씩 밖으로 나와본다.

그중 한 청년과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을 지목하며 말한다.

"거기 두 사람, 이 남자 묶어놓든 깔고 뭉개고 있든 하여간 꼭 붙들고 계세요. 곧 경찰이 도착하니까요."


소리치면서 3층으로 빠르게 올라간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까 창문에서 본 여자아이가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안고 있다.


"너희들 괜찮아?"

남자아이의 몸을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등이 온통 시커먼 멍으로 가득하다. 이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속으로 온갖 욕들이 떠올랐지만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간신히 참아낸다.


"이제 괜찮아. 안심해. 곧 경찰이 올 거고, 너희는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갈 거야.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아이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대답한다.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이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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