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할머니의 밥상

동화

by 인산

할머니는 식탁에 앉기를 싫어하셔요.

의자가 높아서일까요?

무릎이 아파서일까요?


엄마는 할머니 밥상을 따로 차려요.

홀로 방바닥에 앉아 식사하는 할머니.

“할머니! 이리로 오세요.”


밥을 먹다 말고 영수는 할머니를 불러요.


“신경 쓰지 말고 밥 묵어라.”


할머니가 오물오물 씹으며 말해요.

엄마 눈치를 보던 영수가 조심스레 밥을 들고 할머니 밥상으로 가요.

“근데, 할머니”

“왜?”

“왜 식탁을 싫어해요?”

“싫어해? 누가? 뭘?”

“왜 여기서 혼자 드세요?”

“밥알 튄다. 밥 먹을 때는 조용히 묵으라.”


달그락, 달그락 숟가락으로 밥그릇 긁는 소리


“아 맛있게 먹었다. 근데 할머니...”

“다 먹었으면 숭늉도 마셔야지.”

“식탁이 불편해요?”

“불편하긴, 전혀 안 불편하다.”

“...”

“그렇게도 궁금하냐?”

“예! 할머니 혼자 드시는 게 좀 그래요. 밥은 같이 먹어야 하잖아요.”

“허허 참나 우리 손주 다 컸구나. 식탁은 저렇게 항상 서 있잖아. 여기 밥상은 이렇게 앉아 있고. 밥상은 밥 다 먹으면 다리를 접는데... 저 식탁은 언제나 서 있기만 하니 얼마나 다리가 아프겠냐. 나라도 무게를 덜어줘야지. 어여 숭늉 마셔...”


- 끝 -

keyword
이전 18화거인과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