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오래 달린다고 잘 달려지는 건 아니다
가끔 눈팅만 하는 러닝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10km을 55분 안에 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 답, 그리고 대부분의 답은 이거였다.
"먼저 살을 빼세요."
그리고 그다음으로 많은 답은 이거였다.
"달리기만 하지 말고 근육 운동 하세요."
그렇다. 달리기는 단순히 많이, 오래 달린다고 느는 게 아니다.
“달리기는 죄가 없다. 당신의 몸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다.”
달리기는 단순히 다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운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근육과 관절의 협업이 필요하다. 준비되지 않은 몸으로 달리면, 어딘가 반드시 삐걱거리게 되어 있다.
특히, 균형이 맞지 않은 근육 구조는 인대나 관절에 부담을 준다. 예를 들어 한쪽 근육이 약하면 반대편 근육이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과도하게 수축하고, 결국 인대를 당기게 되어 통증이 발생한다. 이런 통증은 달리기 때문이 아니라, 달리기 전에 필요한 근육이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달리기는 짧게는 2~30분, 길게는 2~3시간 동안 몸을 이동시켜야 하는 운동이라 몸무게가 매우 중요하다. 근육에 가해지는 부하가 달리는 시간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달리려면 최대한 몸은 가볍게, 근육은 튼튼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다.
달릴 땐 평소보다 더 많은 하중과 빈도와 여러 관절과 근육에 부담이 가게 된다. 그래서 건강하게 잘 달리기 위해선 체중 조절이 필수다.
그렇다면 체중 조절은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체중 조절을 좀 해본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식단 조절이 9, 운동이 1이다. 나도 매우 공감한다.
나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식단 조절을 시작했는데, 내 철칙은 이랬다.
가능하면 식스팩 샐러드 (닭가슴살, 오이, 당근, 고구마, 방울토마토)를 먹으려고 했는데 이게 지겨우면 샌드위치를 먹은 적도 있고, 김밥을 먹은 적도 있고, 햄버거를 먹은 적도 있었다. 중요한 건 무조건 먹는다. 왜냐면 이렇게 먹어놔야 점심에 허겁지겁 과식을 하지 않는다.
대신 밥 먹기 전에 야채를 한 접시 무조건 먹고 밥을 먹었다. 그렇게 해서 꼭 1인분 이상을 먹지 않으려고 했다. 점심에도 그렇게 식단을 제한하진 않았다. 일단 일을 하긴 해야 하니 정해진 양은 꼭 먹었다.
포케나 단백질 셰이크를 먹었지만 참을 수만 있으면 굶으려고 했다. 운동을 하는 날이던 아니던 저녁은 제한했다. 처음 며칠이 힘들었지, 하다 보니 저녁에 약속만 없으면 안 먹어도 크게 힘들진 않았다.
사실 회사에 크게 감사하는 게, 식단을 할 수 있게 체중조절식을 테익아웃으로 제공해 줘서 훨씬 쉽게 할 수 있었다. 이런 저녁 식단 조절 혹은 간헐적 단식을 하니 좋은 점은, 잠을 잘 때 부대낌이 없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도 더부룩함이 없었다. 혼자만 산다면 20대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점은... 이렇게 식단을 하다가 한 번씩 회식을 하면 체중이 1~2kg는 쉽게 올라갔다. 대신 원래 리듬으로 돌아가면 3일이면 다시 기존으로 복귀할 수 있어서, 그나마 몸이 좀 적응한 듯하다.
나는 원래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숨쉬기 운동만 하던 시절에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 덕분에 몇 번 아픈 경험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달리기만큼이나 보충 운동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허벅지, 엉덩이, 장요근(엉덩이 깊숙이 위치한 근육) 등을 강화하면서부터 통증이 줄고, 달리기도 훨씬 가벼워졌다.
즉, 달리면서 단련되는 근육이 있는 반면, 자세나 균형을 유지하는 등 달리기 위해 필요한 근육이 있는데, 이런 곳은 아무리 많이 달린다고 해도 단련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근육은 달리는 시간 외에 따로 시간을 내서 단련해 주는 게 좋다. 운동 좀 해본 분들에게는 익숙한 동작이겠지만, 나처럼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
햄스트링과 엉덩이는 달리기에 필수적인 근육이다. 이 근육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운동은 개인적으로 런지라고 생각한다. 런지가 좋은 점은 근육뿐 아니라 균형 감각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스쾃도 매우 좋은 운동이지만 코어까지 쓰기에는 균형을 흔들어 줄 수 있는 런지를 더 애정한다.
런지를 제 자리에서 해도 좋지만, 목표 달성과 균형 감각 향상 극대화를 위해선 워킹 런지를 추천한다. 기존 글에도 썼지만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끝내고 심박수를 낮출 때 헬스장에서 정해진 거리만큼 워킹 런지를 한다. 한 발씩 앞으로 내디디며 무릎을 굽히는 동작으로, 자세를 잘 잡으면 전신 운동이 된다. 진짜 힘들다. 그런데 달릴 때는 부상을 고려해 다리를 이렇게 까지 벌리지 않기 때문에 달리기와 연계해서 하는 게 좋다. 달리기 전에 런지를 해본 적도 있었는데, 그럼 너무 힘들어서 달리는 자세가 흐트러져서 달리기 후 하는 걸 추천한다.
워킹 런지시 중요한 건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무릎이 안으로 모이지 않도록, 무릎이 90도 이상 꺾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익숙하지 않다면 영상을 찾아보고 따라 하는 게 좋다.
워킹 런지가 정리 운동 때 가장 애정하는 허벅지와 엉덩이 운동이라면, 불가리안 스쾃은 러닝을 하지 않는 날(휴식일)에 애정하는 허벅지와 엉덩이 운동이다. 헬스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불스스로 더 익숙한 이 운동은 뒷발을 의자나 벤치 위에 올려 앞다리와 뒷다리가 모두 90도를 만드는 게 기본이다. 그리고 난 후 앞다리로 천천히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다. 위에서 스퀏이 좌우 균형을 흔들지 않아서 런지를 추천했는데, 불가리안 스퀏은 좌우 균형을 흔든다. 그래서 코어를 더 많이 활용하게 된다.
처음엔 맨손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손에 아령을 들고 강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또한 상체를 곧게 세우느냐, 앞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자극의 부위가 달라진다. 엉덩이를 키우고 싶다면 상체를 숙이는 것이 더 자극이 강하게 온다. 무릎이 너무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천천히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글로 된 설명으로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으니 이것도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존 글에도 썼었지만 달리기 전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장경인대를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긴 시간을 할애해서 하는데, 그 외에도 꼭 하는 루틴이 맨손 필라테스 자세 중 데드 버그이다.
데드 버그는 말 그대로 벌레가 죽은 모습처럼 누워서 발을 90도로 꺾어서 세우고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해서 의자에 앉은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인데, 그 상태에서 왼쪽 다리와 오른팔을 위아래로 뻗고 다음에 반대를 뻣어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허리가 뜨지 않고 바닥에 붙어 있어야 하고 뻗을 때 숨을 내쉬어야 한다.
데드 버그의 좋은 점은 복횡근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복횡근은 식스팩이라고 하는 복근의 뒤에 있는 근육인데, 갑자기 달리는데 웬 복횡근인가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안정적으로 달리기 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근육이다. 복횡근이 강화되어 있으면 몸의 중심을 잡는데 훨씬 수월해지고, 달릴 때 균형은 무릎, 발목 등 관절 부담에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데드 버그는 필라테스의 아주 근본이 되는 자세로 변형 자세도 아주 많이 있다. 위에 언급한 자세도 자주 하지만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폼롤러를 한쪽 다리와 팔로 잡고 버티면서 반대쪽 팔과 다리를 뻗는 자세이다. 찾아보면 여러 변형 자세가 있으니 자기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보자.
달리기 전과 후,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은 반드시 들이자. 특히 나는 종아리 뒤쪽(비복근)과 햄스트링, 장요근을 중심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달릴 때 통증이 크게 줄어든다. 스트레칭할 때 철칙은, 절대 반동으로 하지 말 것,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늘리고, 호흡으로 조금 더 늘리기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억지로 무리하지 않기이다.
스트레칭은 근육을 깨우는 과정이자, 쉴 준비를 시켜주는 동작이다. 이 시간을 소홀히 하면, 달리기라는 멋진 습관이 오히려 몸을 망칠 수 있다. 달리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운동 전 후 스트레칭은 소홀히 하지 말자.
우리가 달리는 이유는 건강해지기 위해서다.
달리기 때문에 건강을 해쳐서는 안 된다.
기록은 뒤로 하고, 내 몸과의 대화를 먼저 하자. 달리는 시간만큼 보충 운동과 스트레칭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잘 달리고 싶다면, 잘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게 오래 달리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