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이제는 ‘데이터’로 뛰는 시대이다
한때 러닝은 가장 단순한 운동이었다. 운동장 한 바퀴를 몇 분에 도는지, 몇 바퀴를 돌았는지 정도만 체크하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의 러닝은 다르다. 더 이상 무작정 뛰기만 하던 시대는 아니다. 러닝도 이제는 과학의 영역에 들어왔다.
스마트워치와 앱의 발달 덕분에, 우리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고, 그 수치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더 안전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좀 더 오래, 좀 더 빠르게”라는 막연한 목표를 넘어서서, 나에게 맞는 속도와 페이스, 회복과 성장의 균형을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혹시 아직도 단순히 달리기만 하고 있다면, 아래의 지표들을 참고해보자. 이 수치들을 관리하다 보면 뜻밖의 도전 과제가 생기고, 그 도전이 달리기를 훨씬 더 즐겁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러린이라면, 아래 용어들을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러너들의 대화에 훨씬 쉽게 끼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운동 뭐 하세요?”
“러닝 시작했어요.”
“오! 페이스 몇이에요?”
“보통 육공공쯤이요.”
“오, 꽤 빠르시네요~”
얼마 전 팀 회식에서 나눈 실제 대화다. 러닝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페이스’는 기본적으로 아는 단어다. 1km를 몇 분에 달리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 ‘육공공’은 6분 00초/km를 의미한다.
러닝 크루들도 보통 페이스에 따라 그룹을 나눠 달린다. 숙련된 러너들은 몸이 속도를 기억하고 페이스 조절이 자연스럽지만, 초보 러너는 스포츠 시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가민, 애플워치, 갤럭시워치 등 대부분의 워치가 실시간 페이스 측정을 지원한다.
러닝은 장거리 운동이기 때문에,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무작정 빠르게 달리기보다는 일정한 속도로 유지하면서 서서히 속도를 높여보자. 그러다 보면 몸이 그 속도에 적응하고, 점점 더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게 된다.
우리 몸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자동차의 엔진과 대비되는 것은 심장일 것이고, RPM과 유사한 건 아마도 심박수 일 것이다. 차량도 RPM이 과도하게 올라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처럼 심박수도 너무 높게 유지되면 위험할 수 있다. 그럼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어차피 심박수가 올라갈 텐데 이걸 왜 측정해야 하지? 단순히 내 건강을 위한 것인가?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심박수가 200 이상 장기간 유지되면 심장에 정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내가 얼마나 힘을 들이지 않고 달리는가를 추적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바로 심박수 이다.
같은 6분 페이스로 달려도 어떤 사람은 심박수가 140대, 어떤 사람은 170대가 나온다. 이는 단순히 체력 차이만이 아니라, 자세, 근력, 유산소 능력 등 전체적인 러닝 퍼포먼스 차이를 반영한다.
나 또한 러닝 초기에 600페이스로 달릴 때 심박수가 180을 넘었지만, 근력과 자세를 개선하면서 현재는 170대 초반으로 안정되었다. 수치를 매일 기록하다 보면 어떤 변화가 내게 효과적인 변화인지 눈에 보이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심박수 구간에 따라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갈린다는 점이다. 유산소 구간은 체지방 연소에, 무산소 구간은 근력 강화와 지구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내 운동 목적에 따라 심박 구간을 조절하는 것이 러닝 효율을 극대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케이던스란 1분 동안 땅을 몇 번 디디는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180’이 이상적인 수치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양발 합쳐서 1분에 180번 지면을 차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던스가 낮으면 한 걸음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착지 시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케이던스를 조금 높이면 상대적으로 짧은 보폭으로 더 안정적인 자세가 가능하다.
초보 러너라면 갑자기 180에 맞추려 하지 말고, 현재보다 5~10 정도만 높여보는 것이 좋다. 실시간 케이던스 확인이 가능한 스포츠 시계를 활용해서 내 발걸음 리듬을 점검해보자. 더 편하고 부상도 덜한 러닝 자세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번 달 몇 킬로 뛰셨어요?"
러너들 사이에서 자주 오가는 이 질문 속에, 러닝의 또 다른 즐거움이 숨어 있다. 바로 마일리지,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거리다.
러닝 앱이나 워치에서 자동으로 누적 마일리지를 기록해주고, 어떤 앱은 배지나 칭호도 준다. 이것만으로도 작은 성취감이 생긴다. 매달 목표를 세우고 채워가는 재미는 러닝을 더 꾸준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부상을 예방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운동량이 늘어나면 부상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주간 마일리지 증가를 10% 이내로 유지하라는 말이 있다. 러닝은 욕심보다 지속이 중요하다.
▷ 스트라이드(Stride) – 나의 보폭
케이던스가 발걸음의 빈도라면, 스트라이드는 한 걸음에 나아가는 거리다. 케이던스와 스트라이드를 함께 고려하면 내 러닝 효율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해 어떤 러너는 빠르게 짧은 보폭으로, 또 다른 러너는 느리지만 긴 보폭으로 뛴다. 어느 쪽이 더 좋은지보다, 내 몸에 맞는 보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페이스는 유지되는데 보폭이 줄어든다면,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 회복시간 – 얼마나 쉬어야 할까?
가민 워치를 비롯한 일부 고급 워치에서는 회복시간을 알려준다. “이번 러닝 후 72시간 회복 필요” 같은 메시지를 본 적 있다면 그게 바로 그것이다.
운동 직후 내 심박 회복 속도, 근육 피로도 등을 종합해서 적절한 회복 시간을 제안해준다. 무시하고 계속 달린다면 **과훈련(overtr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쉬는 것도 훈련이다.
잘 회복하는 것 또한 좋은 러너의 조건이다.
물론 꾸준히 달리기만 해도 건강은 좋아진다. 하지만 조금 더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면, 내가 목표로 하는 몸이나 기록에 더 쉽고, 더 즐겁게 도달할 수 있다. 이제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나의 몸과 마음을 수치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과정이다. 그 출발점은 내 워치 속 작은 숫자들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바로 스포츠 워치다. 워치마다 장단점이 다르고, 나에게 맞는 워치를 고르는 것이 러닝 루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다음 연재는 스포츠 워치별 기능 비교와 그 기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어플 소개를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