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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한 래몽 Aug 22. 2023

어학연수을 포기 하고 찾은 꿈

REMONG 1 - 프리하게 살고 싶어서

회사를 퇴사 후 처음 아르바이트를 구했을 때, 말 그대로 현타가 많이 왔다. 나름 직장 생활을 했는데,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한 달에 30만 원 받는 아르바이트가 전부라니 말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첫 해외여행에서의 여운이 가기도 전에 통장 잔고를 보니 현실로 돌아온 게 실감이 났다.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더 어학연수를 가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아메리칸 드림처럼 새로운 곳에 가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 말이다. 하지만 퇴사 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겨우 50만 원도 되지 않았다. 자유를 얻었지만 막상 퇴사해 보니 내가 사회 밖에서 얼마나 작은 인간인지 알게 됐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100만 원이라는 벽을 깰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다시 회사를 선택하기엔 어렵게 찾은 꿈을 잃을 것만 같았다. 이왕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치면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영어'라는 강좌로 시작하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학교 과정도 겨우 따라가고 있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벽에 많이 부딪혔다. 그러다 알게 됐다. 내가 영어를 좋아하지만 가르치는 것에는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애증의 영어공부


누군가 그랬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하면 싫어하게 된다고 말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직업으로 선택했을 때도 그랬다. 그 후 영어도 같은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주산'이었다. 이 경우는 남들보다 조금은 운이 좋았다. 엄마가 처녀 때부터 해왔던 일이었고, 현직에서 주산을 가르치고 계셨다.



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문.과인 사람이기에 일찍부터 수포자를 자처했었다. 그래서 단순히 채점을 도와주는 일만 했었기에 전혀 주산을 배울 생각은 없었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속담을 몸소 체험하 듯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 


그리고 더 이상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름 잘하고 있는 주산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다. 그렇게 영어와 주산을 동시에 가르치면서 줄다리기 끝에 주산을 선택하고 나서 드디어 회사 밖에서 100만 원이란 벽을 깨고 150만 원이 통장이 입금됐다.


사진: Unsplash의Volkan Olmez


내가 익숙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은 주산을 특출 나게 잘해서도 아니다. 사실 아이들이 훨씬 더 암산을 잘한다. 앞서 말했듯이 수포자의 길을 일찍부터 걸어왔던 내가 숫자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것은 나도 수학을 어려워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못해봤기 때문에 어떤 점을 힘들어하는지 알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파악하기 쉬웠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영어'라고 타이핑만 해도 수만 가지의 학원, 교습소, 과외 등 경쟁자가 차고 넘친다. 그 와중에 아직 영문과를 재학 중이고, 본인조차 어려워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반면에 주산이라는 강좌는 관련 학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자격증과 보조강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진: Unsplash의Volkan Olmez



하지만 영어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문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고 더 높은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서 대학원을 선택했거나, 어학연수를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100만 원을 벌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특출 나게 잘 가르칠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어학연수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였고, 꿈이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는 맞는 방법이 누군가에는 다른 길일 수 도 있다. 그 길을 나에게 맞는지 어떻게 아냐고? 작게라도 경험해 보면 된다. 가까운 지인을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해도 되고, 간접 경험으로 잘 된 사례를 찾아보고 그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Image by David Mark



그래서 어학연수라는 꿈 대신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꿈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퇴사하고 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다시 원점에 온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다친 상태에서 어렵게 찾은 꿈을 위해 달렸지만 정작 경험해 보니 재능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을 경험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다시 꿈이란 씨앗은 자라났다. 



회사 밖에서는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누가 지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가끔 친구들이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 없어'라고 말할 때가 있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을 할 때 잘하는지 알게 되자 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꿈을 찾기 위한 여정은 계속된다

ⓒRE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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