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랑사 14화

N - 요시모토 바나나

그러고 보니 우리 독서 모임 같은 것도 했었다.

by 최동준


사실, 책을 읽고 싶은 것보다는 너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기억나. 언젠가 네가 오늘 모임에는 힘들 것 같다고 하면, 나도 마침 무슨 일이 생긴 것처럼 슬쩍 빠지기도 했었어.


언젠가는 일부러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고 어떤 생각일 거 같다며 한껏 떠들기도 했었어. 그러다가 언제는 네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봐버려서 그날은 멍하니 누워 그 눈을 잊지 않으려고도 했어.


네가 추천해줬던 책 있잖아. 그날 바로 그 책을 사러 갔던 걸 알아? 나는 아직도 그 촌스러운 표지의 책을 좋아해. 네가 어느 문장에서 이 책에 반했을까, 너는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그것을 읽으면서도 너를 생각했어. 왠지 그걸 읽어야 너를 조금 더 알 수 있을 거 같았거든.


나는 참 그랬었어.


어떤 날은 하늘이 참 예뻐서, 우리가 그 모임을 하는 동안에 핸드폰으로 가만히 하늘을 녹화한 적이 있어. 구름이 천천히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 평소엔 미처 알지 못했던 속력에 가슴이 간지러웠어.


그 후로도 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 정도의 빠르기가 마치 내가 하는 사랑과 닮았기 때문이야. 잠깐 한눈팔면 저만큼 멀어져 있어서, 차라리 멀어지는 순간조차도 사랑하려고 했기 때문이야.


나는 참 그랬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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