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랑사 21화

U - 빈말

두상이 예쁘다는 미용사의 말을 믿는 일.

by 최동준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게 어째서 싫은 이윤데요.”라며 그는 결국 취했음을 자백했다. 내가 엄청난 주당이란 것쯤이야 과 안에서도 명성이 자자했으니, 분명 모르고 덤볐을 리 없다. 이제 나는 더욱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 됐다.


그가 비호감이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내 동기는 물론, 알게 모르게 여러 눈길을 받고 있다는 걸 안다. 키도 컸고 잘생겼을뿐더러 정직, 듬직 뭐 이런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니까. 근데 이런 사람이 어릴 적 레고가 좋아서 레고 조각을 쥐고 잠에 들었고, 지금은 내가 떠오르는 노래를 들으며 잠에 든다니. 이 사람은 고백조차 엄청나구나 싶었다.


혹시 오늘 일이 기억날까 봐 소맥 몇 잔을 연거푸 먹였고, 늘 그랬듯 남의 비틀거림을 겨우 붙잡아가며 택시에 태워 보냈다. 이런 식으로 술값을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랑을 믿지 않게 된 것은 어떤 사람 때문이었다. 자기는 단맛이 나는 사람이라며 고백을 받았고 그렇게 연인이 된 줄 알았지만, 몇 달이 지나서야 자기는 내게 사랑한다 말한 적도 없고 사귀자는 말도 안 했으니 오해하지 말라는 거다. 처음으로 그에게 사랑한다 말했을 때, 말없이 씨익 웃는 그를 보고 진작 깨달았어야 했다.


그 후로 내가 받는 사랑과 고백들은 두상이 예쁘다는 미용사의 말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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