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랑사 19화

S - 걸음걸이

인기척도 없이 나타났잖아요.

by 최동준


나는 걸음걸이가 사람의 어느 부분을 보여준다고 믿는 사람인데요. 꼬부랑 할머니가 신호등을 건널 때면 참 답답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나는 참 성격이 급한 사람이구나 싶어요.


뛰는 모습의 당신을 보질 못한 거 같아요. 당신은 평소에도 급하지 않은 폭과 속도였고, 항상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가만히 서 있을 땐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발끝을 앙 다문 것처럼 모으고 있었고요. 이게 혹시, 당신에게 교통사고를 당한 거 같다는 내 말에 아무 말도 없던 이유일까요.


나는 당신에게 뚜벅거리는 신발이 몇 없다는 걸 알아요. 책을 좋아하는 당신은 서점과 도서관에 자주 간댔잖아요. 독서 모임에 나올 때에도 매번 인기척도 없이 나타나 깜짝 놀라게 했고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도록 당신은 이렇게 인기척도 없이 지내고 있네요. 날 도대체 얼마나 크게 놀라게 하려고.


나는 게임 속의 좀비도 아닌데 좀처럼 걷질 못해요. 매일 밤 포장마차를 나와서 비틀대다 전봇대와 한탕 씨름을 하고요, 당신만큼이나 할 말이 없는지 발끝을 모아 보기도 해요. 이럴 때면 참 그립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나는 참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이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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