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딴 소설을 대체 누가 읽냐며 말하던 참이었다.
그가 말하길 유년시절부터 민들레 홀씨 따위를 한없이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이를 테면 상처 자국으로 덮인 책상의 모서리, 지하철 손잡이에 비친 지 얼굴, 미동도 없는 새. 저번 겨울엔 계량기가 터져버려 다들 고생을 하고 있을 때 콸콸 터지는 물을 보고 있다가 그만 고꾸라져버려 턱이 깨진 적도 있다며 내 이마쯤을 보며 웃었다.
도수 높은 안경이 콤플렉스였던 그는 여간해선 안경을 잘 쓰질 않았다. 같이 일하는 입장도 생각해서-회의 때마다 한껏 찡그리고 있으니-렌즈는 어떻겠냐니까, 렌즈가 눈알 뒤로 돌아가 버려 백 겹이 쌓인 사례를 들먹이며 자기는 도저히 무서워서 못 하겠다며 징징댔다. 하여튼 답답하다며 다그치면 내 목 언저리에 웃어대며 사라졌다.
식당 입구와 가까운 구석에 앉았다가 그와 운 좋게 회식 자리에서 도망친 적이 있었다. 옷에 밴 냄새에 짜증 내며 펄럭일 때 그는 뜬금없는 말을 했다. 자기는 나중에 소설을 하나 쓸 건데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등장인물로 넣을 거라고. 보통 다 그렇지 않냐는 내 맞장구엔 좀 서운한 표정이었다.
일단 자신부터 써낼 거라면서 자기가 유년 시절부터 무언가를 뚫어져라 본 것, 눈이 나빠져서 도수 높은 안경이 콤플렉스가 된 것, 이 때문에 내 얼굴이 두 개로 겹쳐 보여서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 그런 걸 적을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