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랑사 18화

R - 눈눈코코입입

그딴 소설을 대체 누가 읽냐며 말하던 참이었다.

by 최동준


그가 말하길 유년시절부터 민들레 홀씨 따위를 한없이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이를 테면 상처 자국으로 덮인 책상의 모서리, 지하철 손잡이에 비친 지 얼굴, 미동도 없는 새. 저번 겨울엔 계량기가 터져버려 다들 고생을 하고 있을 때 콸콸 터지는 물을 보고 있다가 그만 고꾸라져버려 턱이 깨진 적도 있다며 내 이마쯤을 보며 웃었다.


도수 높은 안경이 콤플렉스였던 그는 여간해선 안경을 잘 쓰질 않았다. 같이 일하는 입장도 생각해서-회의 때마다 한껏 찡그리고 있으니-렌즈는 어떻겠냐니까, 렌즈가 눈알 뒤로 돌아가 버려 백 겹이 쌓인 사례를 들먹이며 자기는 도저히 무서워서 못 하겠다며 징징댔다. 하여튼 답답하다며 다그치면 내 목 언저리에 웃어대며 사라졌다.


식당 입구와 가까운 구석에 앉았다가 그와 운 좋게 회식 자리에서 도망친 적이 있었다. 옷에 밴 냄새에 짜증 내며 펄럭일 때 그는 뜬금없는 말을 했다. 자기는 나중에 소설을 하나 쓸 건데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등장인물로 넣을 거라고. 보통 다 그렇지 않냐는 내 맞장구엔 좀 서운한 표정이었다.


일단 자신부터 써낼 거라면서 자기가 유년 시절부터 무언가를 뚫어져라 본 것, 눈이 나빠져서 도수 높은 안경이 콤플렉스가 된 것, 이 때문에 내 얼굴이 두 개로 겹쳐 보여서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 그런 걸 적을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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