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랑사 06화

F - 바들바들

그 아무개의 마음은 나도 알 것 같다.

by 최동준


그녀는 어디서든 조용하게 지냈고, 만나는 사람도 드물었지만, 꽤나 존재감이 있는 편이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아우라’였던 거 같다.


어느 날은 F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누군가를 사귀어본 적이 있냐는 말에 딱 한 번 있었다며 날 놀라게 하기 도 했다. (당연히 없을 줄 알았는데!)


F는 학창 시절에도 받은 고백들 모두 거절했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랬다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고백하는 것도 아니라 여태 한 번이 다라며 말을 이었다.


사랑이 이뤄진다는 건, 온통 바늘이 꽂혀있는 지구 위로 실 한 가닥을 떨어뜨렸을 때 그것이 우연히 바늘구멍에 꿰어지는 정도로 아주 흔치 않은 것이라고 누구는 말했다. F는 그 흔치 않은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한 번의 사귐이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무개가 한쪽 무릎까지 꿇고 장미까지 건넸건만 그의 손이 엄청나게 떨고 있어서 차마 안 받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그것을 받았지만, 얼마 안 가서 헤어졌다고 F는 말했다. 어쩌면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던 그에게, 곧바로 거절이라는 도끼질을 차마 할 수 없었던 걸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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