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혼자 잠을 자는 것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어젯밤 회복실로 나온 아이의 보호자로 아내가 있기로 하면서 혼자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씻고 잠을 자려고 했는데, 잠자리 탓인지 병원에 있는 아내와 아이 생각이 나서인지 오늘도 뒤척이다 잠에서 깼다.
일어나 아내에게 연락을 해보니 아이가 왼쪽 눈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제 회복실에서도 왼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서 관계자에게 물어보고 처치를 요청했는데, 밤이 지나고도 괜찮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나갈 채비를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회복실 앞 복도에 앉아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으니, 아침 일찍이라 병원 직원들이 출근을 하다가 누군가 나에게 인사를 하길래 누군가 싶었다. 보통 병원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이 인사를 하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일단 인사를 하고 생각해 보니 애니였던 것 같다. 그녀가 아침 기분이 좋은가보다.
회복실에 가니 밤새 아이를 돌 본 아내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 앞에 아이는 왼쪽 눈에 안대를 대고 누워있었다. 아침에 닥터첸이 와서 얘기하길 수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눈보호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미안하다는 얘길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안연고를 처방해주었다고 한다. 수술만 하고 나오면 될 것 같았는데 눈이 아프게 될 줄이야. 수술 부위 회복하는 것도 힘들텐데, 눈 까지 아파하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오전 10시쯤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산소치료를 하게 되었다. 캡슐 모양의 통에 들어간 뒤 그 안에 산소 비율로 높여서 회복을 돕는 기능이라고 한다. 아이를 캡슐에 눕힌 후 나는 인근에 있다는 본죽으로 갔다.
한국 음식을 못 먹은 지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한국 음식이 생각나고 있었다. 아이에게도 한국에서 먹던 음식이 입에 더 잘 맞을 것 같았다.
죽을 사서 병원에 돌아와 보니 아이는 울고 있었다. 캡슐 안에 혼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안의 공기가 답답하고 덥고 그랬던 모양이다. 더불어 눈도 불편하니 어서 나가고 싶다고 했다. 가까스로 오늘 치료는 마쳤는데, 아이는 산소 치료가 마뜩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해당 치료가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는데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니 고민이 된다. 어떻게 얘기를 해봐야 할까.
퇴원을 하면서 집에서 해야 하는 드레싱 물품과 복용할 약을 받아왔다. 수술 후 일주일 정도는 간단히 연고를 발라주면 된다고 한다. 현재는 붕대와 보호장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처치 내용이 없었다. 하루 네 번 복용하라며 물약과 가루약도 챙겨주었다. 가루약은 네모난 약봉지를 접어 만든 것들을 넣어주었다. 문득 어릴 적 먹었던 약이 생각났다. 당시엔 약을 섞을 것도 없어서 숟가락에 눈대중으로 물약을 따르고 그 위에 약봉투에 약을 쏟은 뒤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먹었었다. 이 과정에서 약봉투에서 숟가락으로 옮길 때 쏟을 위험이 한차례 있고, 그다음에 숟가락에 섞은 가루약이 목에 걸려 뱉어내는 위험이 한차례 있었다. 이런 것으로 추억이 방울방울 할 때가 아닌데, 왠지 그 시절이 생각난다.
내일은 안과를 가보기로 했다. 병원 예약을 했지만 밤사이에 잘 자고 일어나 눈이 아프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