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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살이 14일 차 - 낯선 곳의 하루

by 천백십일

지난 5일 동안 매일 병원을 다니는 하루 일과를 보낸 뒤, 오늘은 병원 진료가 없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아이의 수술 부위 중 일부에 피부색이 달라 보이던 부분은 드레싱을 하면서 매번 체크를 했다. 내가 볼 때는 색이 많이 돌아온 것 같았지만 아내는 이전 사례 중 안 좋았던 사례가 있던 터라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제부터 활력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 부위도 나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점심즈음 나설 채비를 하고 집 앞 라멘집을 갔다.

구글 리뷰에 오픈전부터 손님이 기다리는 가게라고 해서 오픈 15분 전부터 기다렸는데, 막상 우리 가족만 기다렸다. 그래도 오픈 시간인 12시 정도 되니 손님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고 나중엔 기다리는 손님이 생기도 했다. 음식의 맛은 있었는데 역시 전반적으로 간이 센 편이다. 대만에서 평소와 다른 음식을 먹고 싶다면 와볼 만하다.


그 뒤 중정기념당을 가보았다.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버스 안도 그렇고 중정기념당 등에 사람이 많았다. 날씨도 오랜만에 구름 없는 맑은 날이라 돌아다니기 좋았다.

며칠 전, 와이프와 이곳은(대만은) 한국과 달리 “아이가 왜 그래요?”라는 얘기 안 들어도 된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말만하지 않았을 뿐, 버스를 타면 아주머니가 힐끔, 중정기념당에서 할아버지가 쓰윽 눈길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아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눈치 보이네.' 싶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이가 머리에 거즈를 붙이고 다니는데 무관심한 곳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이 무관심하다기보단 외국인 같으니 말을 못 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오늘은 대만 총통 선거가 있는 날이다. 강선생님은 선거 때문에 오늘 떠들썩할 것이라고 하셨었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 중정기념당과 시먼딩 거리를 걷는 동안에도 '이 나라가 선거 중이긴 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이라면 선거 때만 되면 길거리마다 후보자 현수막이 내걸리고 후보들의 연설이며 홍보노래 등이 울렸을 것이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현수막도 없고 연설이며 노래도 듣지 못했다. 내가 듣고 보지 못 한 걸 수도 있겠지만, 스펀 투어 당시에 한 정당의 홍보 유세를 보면 소형 차량 두세대가 지나가며 북을 두드리고 선거 운동원이 손을 흔드는 것이 다였다. 심지어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손을 흔들던 사람 중 한 명이 총통 후보자였던 것이다. 어떤 것이 더 나은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선거가 너무 과열되고 돈을 많이 쓰는 구조는 아닐지 생각하게 되었다.

*전에 다녀가신 분이 하신 말이 ‘이 집이 야경이 좋다’였다. 오늘 집에 돌아와 창을 보니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보니 풍경 때문에 눈은 좋았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도로 위 차량 소음은 즐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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