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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살이 13일 차 - 드디어 만난 101 빌딩

by 천백십일

아침부터 일어나 9시 30분 닥터첸 진료를 받으러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오늘따라 첸의 환자들이 많았다. 이전엔 환자별로 시간대를 나눠 잡아주었는데, 오늘은 일정을 분산시키지 못한 모양이다.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진료를 보게 되었고, 그동안 강 선생님과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눴다.


강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닥터첸이 한국에 와서 본인 의술에 대한 설명회를 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중국 환자들이 몰려들어서 설명회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인 환자만으로도 5년 치 일정이 밀려있다고 하니 한국 환자의 일정 잡기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한쪽 부위에 붙여두었던 붕대를 제거하기로 했다. 붕대를 푸르고 환부를 본 닥터첸은 아래쪽에 약간 푸른 부위가 있다는 얘길 했고, 애니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집에서 소독하는 것을 배운 뒤 진료실을 나왔다. 그 뒤 산소치료를 받으려 했으나 결국은 실패했다. 아마 첫날 받았던 기억이 너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회복에 좋다고 하니 몇 차례 받으면 좋으련만, 억지로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왠지 미련이 남는다.


진료 뒤 가까이 있는 101 빌딩 구경을 갔다. 그곳에는 여전히 LOVE 조형물이 빌딩 앞에서 사람들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9년 전과 같이 그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빌딩에 들어가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온 김에 이곳저곳 구경을 하고 싶었으나 아이는 집에 가고 싶다며 보챘다. 결국 집으로 향했고 오는 길에 아쉬워 카페를 들리려고 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 와중에 아이는 이런저런 투정을 부리고 울기도 해서 나와 아내의

진을 뺏다.


아이 투정의 이유는 유튜브 시청 문제였다. 대만에 온 뒤 아이의 유일한 즐거움은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이 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책도 장난감도 들고 온 것에 한계가 있고, 또 나와 아내 역시 아이가 수술을 받은 뒤엔 외출이 조심스럽고 놀아주는 것에도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 때문에 유튜브나 영상물을 자주 보여주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 만에 그게 너무 당연한 듯 행동을 하니 아이에게 화도 나고 그랬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유튜브가 문제가 아니라 오늘 아이는 밖에 나가는 것이 부담이 되었나 싶다. 수술한 부위에 붙인 거즈가 제대로 안 붙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사람들이 시선도 느껴지고 한 것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안전한 집으로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영상을 많이 보는 것과 큰 상관관계는 없는 것 같지만, 아이도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낯선 곳이기에 외출할 때 구글맵을 자주 이용한다. 밥을 먹고 난 뒤나 산책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구글 맵에서 카페를 검색한다. 그런데 검색결과에서 확인해 보면 이곳의 카페는 ‘커피를 주로 하는 상점’이 아닌 ‘파스타나 샐러드 같은 음식과 커피를 파는 레스토랑’의 개념 같다.

구글맵에서 카페로 검색해서 가 보면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시거나 예약을 미리 해야 방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구글맵에서 ‘카페’가 아닌 ‘커피’를 검색하면 내가 원하던 커피 전문점에 근접한 곳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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