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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살이 후 396일 - 프롤로그

by 천백십일

3월은 시작하는 달 같다. 봄이 시작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한다. 직장인도 움츠렸던 몸을 펴고 이제 본격적으로 올해 일을 처리해 보자고 다짐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 3월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3.1절 연휴 동안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할 겸 떠난 가족 여행에서 큰 눈을 구경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눈이 사라져 있길래 '이제 제대로 봄인가' 싶었다. 그렇게 입학식 아침을 맞이했다.


입학식 참석을 위해 집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창밖에 무언가 흩날리고 있다. 자세히 보니 작은 눈이 한두 톨씩 떨어지고 있었다. '입학을 축하하는 이벤트인가' 생각을 하며 채비를 마치고 다시 한번 창밖을 보니 다시 겨울이 시작되어 있었다. 굵고 많은 눈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고, 나무 위 건물 지붕 등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눈을 뚫고 학교에 도착하니 함께 입학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이 벌써 도착하여 시끌벅적하다. 우리도 그 틈 사이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나 유치원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입학식은 시작되었다. 유치원에선 한 적 없는 국민의례도 하고 일렬로 줄 맞춰 이동도 해봤다. 이제 사회 구성원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초입에 들어선 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왠지 안쓰럽기도 하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 궂은 날씨가 웬 말인가 생각이 들었다가, 대만으로 떠나는 날이 생각났다. 대만으로 떠나기 전 수도권에 꽤 많은 눈이 내렸고, 떠나는 날에도 눈과 비가 섞여서 하늘에 날리고 있었다. 대만 생활의 긴장감과 흐린 날씨 때문에 마음 한켠이 왠지 무거웠었다. 그런데 인천 공항에 다다를 때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그 덕에 대만을 떠나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던 것이 떠올랐다.


오늘도 아침부터 꾸물거리던 하늘이 오후가 되면서 눈도 그치고 구름도 걷히면서 햇살이 살짝 보였던 하루였다. 비록 하루의 시작은 궂은 날씨였지만 그런 날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름도 사라지고 햇볕이 내리쬐는 하루가 될 것이다. 또 햇볕이 뜨거우면 구름이 해를 가려주는 날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아이에게도 오늘의 긴장된 순간을 지나 보내고 친구들과 선생님과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금세 찾아오길 바란다.


* 저녁에 잠시 아이와 마트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며칠 전까지 다녔던 유치원 앞을 서성거려 본다. 익숙한 풍경,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가지고 오늘의 긴장을 풀어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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