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맑은 날이 없이 흐리고 비가 흩날리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다시금 말하지만 기온이 10도 이상인데도 이상하게 뼈까지 시리듯 춥고, 해가 없이 흐린 날이 계속되니 왠지 기분도 가라앉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날씨에도 아이는 신난 하루의 시작인 것 같다.
나갈 채비를 마치고 익숙하게 MRT를 타고 디화제로 향했다. 디화제는 19세기말 ~20세기 초 사이에 중국 대륙과 서양을 무역을 연결하는 상업지구였다고 한다. 당시 활발한 무역으로 여러 문화들이 섞여 들어왔고, 그 결과 서양식과 중국식이 결합된 건물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은 한국의 서촌과 같이 옛 모습을 간직한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옛 건물을 구경하고 옛 의상을 대여해서 입고 다니며 포토스폿에서 사진을 촬영을 많이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한복 입고 갓 쓰고 다니는 외국인의 모습과 비슷할 것 같다. 우리는 디화제 안에 위치한 관광센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의상을 빌릴 수 있다고 해서 이미 예약하고 방문했다.
관광센터로 향하는 길은 마치 동대문 시장이나 경동 시장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전통적인 물건을 파는 상점도 많고, 종류를 알 수 없는 약재 같은 것들, 식료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양 옆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또 단체 관광객들도 제법 있어서 그들과 같이 혹은 그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센터에 도착했다.
예약했음을 얘기하고 여권을 보여주니 대여할 수 있는 의상이 준비된 곳으로 안내해 준다. 의상을 고른 뒤 몇 시까지 이용 후 다시 반납해 달라는 얘기도 함께 해준다. 우리 셋은 각자 마음에 드는 의상을 골라보고 몸에 대보았다. 아내와 아이는 사이즈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역시 나는 스타일보다 사이즈부터 맞는 것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의상을 고르고 탈의실에서 갈아입는데, 탈의실이 그냥 커튼만 쳐져있는 공간이고 관리해 주시는 분이 없었다. 그래서 나와 아이가 입고 아내가 입는 동안 다른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지 밖에서 지켜보았다.
옷을 입은 뒤, 우선 센터 내 꾸며진 방들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를 시작했다. 20세기 초 당시 카페 공간처럼 꾸며진 곳, 학교의 모습, 전통 등이 화려하게 배치된 방까지 사진을 계속 찍으라고 하면 2~300장은 금세 찍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 옷을 입고 디화제 거리에서도 찍어보려고 문 밖을 나갔다. 그런데 역시나 얇은 옷만 입고 다니기엔 너무 추웠고, 센터를 중심으로 50미터도 가지 못한 채 다시 돌아와서 의상 체험을 끝냈다.
짧게 끝났지만 예쁜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다 보니 아침에 느꼈던 가라앉은 기분이 풀리는 듯했다. 그리고 날씨가 좋지 않아서 디화제 거리를 더 걷지 못한 것이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비는 그친 것 같으니 조금 더 구경을 할까 싶어서 길을 걷다가 왠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을 발견했다.
사전에 알아본 곳이 아니라 갈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도 먹는 편이긴 하지만 혹시나 알 수 없는 재료나 취두부 같은 것이 들어간 음식일까 싶어서 그랬다.
안에 들어가 메뉴를 살펴보니 튀김 모양을 한 전이었다. 전과 찹쌀 소시지를 주문하고 앉았다. 표정을 알 수 없는 주인과 눈을 마주쳤는데, '한국 사람은 오랜만이네' 하는 표정 같았다. 디화제 골목 어디쯤 있는 가게이다 보니 그렀을 것 같다고 나 혼자 지레 짐작해 본 것이다.
잠시 기다리고 먹어본 음식은 눈이 크게 뜨일 정도로 맛있었다. 추워서 그랬는지 뜨거운 음식임에도 뜨거운 줄 몰랐고, 굴과 양배추 등 재료들도 신선했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주문한 고기 전에도 고기가 많이 들어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찾아보니 커디에 라는 음식인데 대만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입에 맞았던 나는 가게를 나서다가 다시 들어가서 음식 포장을 한 뒤에야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