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미안합니다. ‘무명 소설가의 알콜 중독이야기’를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한다고 저번주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이유인즉, 제가 전날 과음을 하는 바람에...... 술이 문제야 문제, 아시죠?
“오우 쉣~~!!!!!!!”
오늘도 역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다. 되감기, 되감기, 되감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 도대체 어제 얼마를 쓴 거야? 잠시만 술값이 158000원에 이동할 때 1차 15000원, 2차 18000원... 대리비만 또 얼마야? 아놔, 팁은 왜 주냐고!!!!!’
‘하 니가 왜 쏘냐고! 1차 쏘고 2차는 왜 나서냐고?’
‘딱 거기까지만 마셨어야 했는데... 하... 3차는 가지 말걸... ’
‘아이고 머리야, 이지엔이 어딨 더라? 아고 돌아가신다. 내가 또 술을 마시면 개다 개!!!’
늘 반복되는 루틴.
덮고 있던 이불을 수백 번 발차기하고 나서야 겨우... 아니다. 수백, 수천번 발차기를 해봐도 밀려드는 후회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나는 그다음 루틴을 어김없이 따른다.
이불정리, 음악틀기, 화장실, 몸무게체크, 꿀, 물 한잔, 유산균, 커피 내리기, 아침필사(주로 고전)... 운동은?? 아직 시작 못하고 있다. 남들은 스트레칭을 한다던데 난 아직 덜 급했나 보다.
그나저나 그렇게 아침일과를 시작하다 보면 어제 과음의 흔적은 서서히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집안 정리를 한 후 출근 준비.
모텔 출근 후 전날 장부를 확인하고, 은행에 입금을 한 후 코인빨래방의 현금을 수거한다. 세탁기와 건조기에 있던 동전을 다시 동전반환기기에 털어 넣는다.
모텔과 달리 빨래방은 오토로 돌아가므로 청소와 동전교환만 제때 해주면 된다. 아! 세제리필도 수시로 해야 한다.
빨래방 점검이 끝나면 다시 모텔로 간다.
주간 직원은 5시 퇴근, 야간 직원은 7시 출근이라 두 시간의 텀이 있는데 나는 4시 20분 정도에 가서 6시 40분 정도에 퇴근한다. 평일 근무시간이 2시간 정도 되는 것. 그렇지만 이동 시간을 포함하면 세 시간이 조금 넘는다.
어떤 사람들은 근무 시간이 8시간 이상 12시간 이상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반해 나의 근무 시간이 짧은 것을 두고 질투하지 마시라.
이 짧은 시간이 얼마나 매운지.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지 않았는가.
606호 고객은 몇 달 이상을 투숙한 장기 고객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친구인데 겜돌이인 건지 it 쪽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떤 재택근무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달방(모텔이나 호텔은 달로 끊어 월세를 내고 생활하는 것- 일일 계산에 비해 저렴하지만 청소를 매일 해 주지 않음) 운영을 하지 않는 우리 업소에 맞추어 일일계산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오후 5시면 한창 바쁠 시간이다. 이유인즉, 대실 손님이 퇴실하고 숙박 손님이 입실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왜 이리 입실이 늦냐고? 모텔은 여행객보다는 개인 출장이 80퍼센트를 차지하므로 퇴근 후 입실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주말엔 여행이 많지만!
대실 청소가 끝나면 객실 점검을 하는데, 이때 하는 일은 컴퓨터, TV 확인과 청소기 돌리기, 비품 칼각 잡기 등등이다. 오르락내리락 정신없는 가운데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화면을 보니 모르는 번호다.
“사장님 저 어제 608호 묵었던 사람인데요?”
알고 보니 그는 608호에 장기간 투숙하다가 오늘 606호로 옮긴 고객이다.
“아 고객님 이셨구나! 난 또 누구라고요.”
나의 대답에 그가 묻는다.
“저 헤드셋 그거 비싼 거거든요. 꼭 찾아주세요. 제가 608호에 오래 묵었잖아요. 거기에 분명히 두고 온 듯해요.”
꼭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 대답을 하고 장부와 모니터를 보니 608호에는 손님이 입실해 계신다. 상황 얘기를 하고 잘 찾아보겠노라 했다.
분주하게 체크인을 돕던 그때 다시 한번 울리는 전화벨소리.
“608호인데요. 엊그제 왔을 때는 디즈니 플러스가 되던데 왜 오늘은 안 되나요?”
608호는 ‘특실’로 디즈니 플러스는 제공되지 않는 방이다. 그런데 이 전 투숙 고객 누군가가 개인 아이디로 접속을 하고 로그아웃을 하지 않았고, 운 좋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바쁜 시간대에 계속 졸라대는 고객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나의 아들 아이디를 캐묻기로 한다.
“준서야 어디야? 너 디플 접속하려는데 이메일로 암호 가면 번호 좀 불러줘.”
아들은 고속도로 운전 중이라 지금은 곤란하다고 했다. 보완 번호는 30초 이내에 입력해야 하므로 다시 608호 고객께 양해를 구한다.
그 와중에 다시 606호 고객이 헤드셋 찾았냐고 묻는다. 비싼 거라고.
진땀이 난다. 고객의 요청에 훌륭하게 대응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뇌를 스치는 생각!!!!
유튜브네 인스타그램이네 한답시고 퇴실방을 촬영해 두었던 것! 아름다운 숙박문화를 만들기에 앞장서기 위해 랄까? 하하하!!!
동영상을 뒤지기 시작한다.
엇! 있다! 608호! 퇴실 현장의 자료가! 재생을 누른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모텔 하는 여자입니다. 608호가 나가서 함께 퇴실방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로 시작하는 반가운 자료다!!!!!!! 몇 번을 돌려보고 느린 재생까지 해봐도 헤드셋은 없었다. 야호! 고객은 헤드셋을 다른 곳에서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 모텔은 결백합니다. 우린 도둑이 아니라고요 호!!!!!!!
아 .. 고객 요청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배달직원이 .. 함께..
아니 배달직원을 가장한 .. 변태남이 탔다..
그는 ..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가끔 대실을 끊는데 오늘은 배달 직원인척!!!!
나는 그는 알지만 그는 나를 모른다
관음증
하. .
같은 층에서 내린 그는 어딘가 통화하는 척척척척을 한다.
거짓인건 나만 안다 ㅠ 차라리 몰랐으면..
다시 한번 모르는 번호가 울린다.
“네 여기 빨래방인데요. 아 진짜 더워 죽겠네. 더워 죽겠는데 여기 왜 냉장고에 물이 하나도 없어요?”
다짜고짜 짜증을 내는 그녀는 CCTV를 통해 보니 5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원래 물과 음료를 넣어두고 양심저금통(물과 음료 500원으로 원가만 받기로 했다. 원래 무료였는데 자꾸 빨래방에서 물과 음료를 집어 가는 사람들이 있어 유료서비스로 전환을 했다)을 두었는데 사람들이 돈을 100원이나 50원만 내고 드시길래 서비스 종료했어요!”
나의 대답에 그녀가 다시 묻는다.
“아니 원래 빨래하는 사람 무료로 먹으라고 둔 거 아니에요? 아...(CCTV로 보니 그녀가 양심저금통을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여기 양심저금통... 아 500원이네. 암튼 사람 더워 죽겠어요. 모텔 갈 때니까 시원한 물 한 잔 준비해 놓으세요!”
이게 또 뭔 소리인가? 동전빨래 4500원 하면서 무슨 요구가 그리 많단 말이냐? 말이 ‘아’ 다르고 ‘어’다른 법. 좋은 말로 했다면 물이 아니라 커피라도 주었을 텐데.
내가 본인한테 4500원 구걸한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세탁기를 사용하도록 해주고 그 대가로 비용을 받은 것뿐인데 무슨 이런 갑질이 있단 말인가!!!
그녀는 모텔에 들어와 두리번거리다(날 찾는 듯- 물을 준비한 비서?) 정수기에서 연거푸 냉수를 따라 마시더니 구시렁대며 다시 나갔다.
앗! 엊그제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검색해 보니 길몽으로 큰돈을 벌거나 작품이나 일이 크게 될 꿈이란다. 남편이 내 말을 듣더니 로또를 사라 했고, 난 생전에 사지 않던 로또를 샀잖아. 당첨결과를 봐야겠다. 오늘 일이 자꾸 꼬였던 것은 어쩜!! 총량의 법칙에 따라 로또에 1등 당첨이 되기 위한 전초전??
1등 아니면 2등... 2등 아니면 3등도 좋다!! 그러면서 당첨 번호를 확인하는데...
푸핫!!!!!!!! 이건 아니잖아. 내 복에...
서비스가 되지 않는 OTT서비스를 해달라고 조르는 손님, 밖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우리 모텔에서 찾아달란 손님, 관음증 환자, 코인빨래방에서 물을 공짜로 달라는 손님, 로또 꽝!! 까지 오늘 하루도 술을 부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