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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광부 Jul 06. 2024

사랑의 택배

#4. 택배비 천만 원 쓰시는 엄마

세상 호탕하신 아버지

술, 담배로 2억 쓰실 때

세상 세심하신 어머니

택배비로 1천만 원 쓰셨네  

   

걱정을 바닥에 깔고

그리움을 가득 채워

택배차에 실어 보내면

몹쓸 것들이 전화하네   

   

“잘 먹을게. 엄마”

“진짜 맛있네. 엄마”

    

전화 한 통 뭐라고

고생한 보람은 날아가고

말 한마디 뭐라고

건재한 엄마라 뿌듯하네  

   

“그만 보내. 엄마”

“사서 먹을게. 엄마”

    

택배가 멈추는 날,

그 헛헛함을

몹쓸 것들이

어찌 견디라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술 한잔하면서 실제로 계산기를 두드려보았습니다. 몇십 년 동안 아버지가 쓰신 술담배의 값을 계산해 보니(당시의 물가 등 고려) 대략 2억 원어치였습니다. 아버지는 다소 멀쓱해지셨지만 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세월 동안 저희 어머니는 타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택배를 보내셨습니다. 직접 키우신 농작물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사신 과일, 마트에서 산 육류제품까지 택배로 보내셨습니다. 그래도 지방 물가가 도시 물가보다 싸다고 하시면서요. 아이스박스에 얼린 곰국을 넣고 군데군데 아이스팩을 넣고도 가끔 녹아서 오거나 내부에서 터지는 경우, 몹쓸 것들은 그만 보내라고 합니다. 하지만 택배를 보내는 것이 엄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자 그리움의 표현인 걸 압니다. 그런 엄마를 생각하며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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