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국비유학
케임브리지대학의 1년은 Michaelmas, Lent, Easter 세 학기로 나뉜다. 10월부터 시작하는 Michaelmas Term의 첫 월요일, 내가 속한 Department of Land Economy(토지경제학부)의 석사생을 위한 Induction Programme이 진행되었다.
넓은 강당 Cockcroft Lecture Theatre에서 Head of Department인 Martin Dixon 교수가 다음과 같은 말로 행사를 시작했다.
"900명 가량의 지원자 중 여기 있는 114명이 선발되었다."
"지원서를 세심하게 검토하였고 너희가 우수한 인재임을 알고 있다. 자부심을 가져라."
"너희를 가르칠 교수들 역시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존중하라. 우리도 그럴 것이다."
"내가 할 조언은 하나뿐이다. 항상 계획적으로 움직여라(Be organized)."
이후 교수진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이어졌고, 각 세부전공(Course 또는 Programme) 별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Department of Land Economy에는
부동산금융(REF)
환경정책(EP)
토지경제학(Land Economy Research / Land Economy by Thesis)
계획·성장·재생(PGR)
등 4개의 Full-time 석사과정과, 부동산, 기후·환경·도시정책 등 2개의 Part-time 과정이 있다.
나는 Planning, Growth and Regeneration, PGR) 과정에 속해 있다. 이름이 직관적이지 않아, 소개할 때는 보통 "urban planning 전공"이라고 말한다. 도시계획과 정책 이론을 필수로 배우고, 공간경제학·기후·도시재생 등 다양한 과목(module)을 골라 들을 수 있다.
Course의 Director인 Justin Kadi는 수업 시간표 확인 방법("time table cambridge"로 검색 가능), Handbook 등 학업에 필수적인 정보를 안내했다. 이후 PGR 교수진과 20여명의 학생이 차례로 자기소개를 했다. 대부분은 학부 졸업 직후 진학하였고, 나처럼 실무 경험 후 온 학생은 약 5명 정도였다. 행사는 오전에 끝났고 오후에는 학부 사무실에서 Land Economy 로고가 새겨진 후드 집업을 받고 귀가했다.
PGR에서의 수업 출석은 자유롭다. 학기 성적은 에세이 과제나 시험 한 번으로 결정된다. 필수 과목을 제외하고 1~2개 과목만 선택 수강하면 되지만, 등록되지 않은 과목도 대부분 청강(audit) 가능하다.
단, 요구 학습량은 매우 방대하다. 매 수업마다 주어지는 Reading list에는 필독 논문과 책이 여러 개 포함되며, 심화 리스트까지 합치면 한 학기당 책·논문 합쳐 100편이 넘는다. 수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학생이 사전 학습을 마쳤다는 전제하에 토론 중심으로 운영된다.
또한 케임브리지만의 특징으로 Supervision 제도가 있다. 과목 교수가 소규모 그룹을 구성해 주제별 질의응답이나 심화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보충·심화형 튜토리얼이다. 주마다 진행되는 과목도 있고 한 학기에 2~3회만 있는 과목도 있다.
이번 학기에 나는 아래 다섯 개 수업을 듣고 있다.
Urban and Environmental Planning
Urban and Housing Policy
Research Methods
DRDS (Dissertation, Research Design, and Structure)
Spatial Analysis and Modelling
흥미로운 다른 과목도 많지만, 이 다섯 개만으로도 벅찰 만큼 학습량이 많다.
수업은 매일 2~3 시간 정도 진행된다. 학부 시절처럼 주당 20시간 이상 수업은 아니지만, 개인학습은 최소 그 4배 이상 필요하다.
내 수업은 대부분 오전에 집중되어 있다. 아침을 먹고 자전거로 10분 거리의 시내 중심부로 가 수업을 듣는다. 가사를 전담하는 아내 덕분에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공부할 수 있지만 논문(KDIS 논문과 케임브리지 논문 모두)을 구체화할 시간은 아직 부족하다.
한 달이 지나면서 우리 부부 모두 한계에 다다랐다. 상의 끝에 다음 학기에는 아들을 파트타임으로라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비용은 심히 부담되지만, 일상과 학업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결정이었다.
조금 있으면 케임브리지에 온 지 한 달이 된다. 가족 모두 감사히 받은 이 기회를 최대한 살려, 이 시기를 현명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