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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Jul 20. 2024

팔걸음 연인

우리는 누워만 있어도 죽는다



햇살이 우리 집 창 너머로

손을 뻗어 자기 이름을 쓴다

맨몸에 피어나는 꽃


등지고 누운 애인이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보이는 부분이 가장 아름다워’


팔걸음으로 걷다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사귀게 된 연인


똑바로 눕는 법을 몰라서

한 사람이 뒤척일 때마다

한숨 쉬는 둘


숨소리를 언어로 쓰는데

공기를 해석할 줄 모른다


서로의 체취를 들이마시고

영원을 믿는다


바람은 서툴고

소나기는 확고하다


서툰 바람에

새겨진 가시 모양의 관


보이지 않는

고통은 진실


우리는 누워만 있어도 죽는다


사는 게 뭔지

모를 때에만 산다


서향 창으로

그림자가 달라붙는다


밤이 온다


영원보다 강한 밤


서러운 냄새

각질이 날리는 듯한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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