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일방통행하는 시각
잘 벼린 칼을 입에 물고
변기에 앉아 거울을 보면
미래의 배우자가 보인다던 괴담을 기억해
친구들은 배우자를 보러 나섰지만
나는 미래를 보려고 일어났지
소리 없이 안방을 지나가는 게 쉬웠다
화장실은 우리집 한가운데 있고
나는 귀신도 아니었는데
뒤척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아무도
칼 대신 펜을 물고
변기에 앉아 거울을 봤다
마주쳐오는 검은 눈동자
놀랐어
거울 속 눈을 찌른 건
습관적인 반항심 때문이었을 거야
눈을 뚫고 손이
손목까지 빠지고
팔꿈치까지 빠져들고
물컹거리는 거울의 내장을 휘저으며
나는 직접 건져 올리기로 해
멱살째 끌려 나오는
늙지 않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