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잔하게 Jul 13. 2024

일기의 정의



귀신이 일방통행하는 시각


잘 벼린 칼을 입에 물고

변기에 앉아 거울을 보면

미래의 배우자가 보인다던 괴담을 기억해

친구들은 배우자를 보러 나섰지만

나는 미래를 보려고 일어났지


소리 없이 안방을 지나가는 게 쉬웠다

화장실은 우리집 한가운데 있고

나는 귀신도 아니었는데

뒤척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아무도


칼 대신 펜을 물고

변기에 앉아 거울을 봤다

마주쳐오는 검은 눈동자

놀랐어


거울 속 눈을 찌른 건

습관적인 반항심 때문이었을 거야

눈을 뚫고 손이

손목까지 빠지고

팔꿈치까지 빠져들고


물컹거리는 거울의 내장을 휘저으며

나는 직접 건져 올리기로 해


멱살째 끌려 나오는


늙지 않는 나



이전 05화 여름 공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