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워만 있어도 죽는다
햇살이 우리 집 창 너머로
손을 뻗어 자기 이름을 쓴다
맨몸에 피어나는 꽃
등지고 누운 애인이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보이는 부분이 가장 아름다워’
팔걸음으로 걷다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사귀게 된 연인
똑바로 눕는 법을 몰라서
한 사람이 뒤척일 때마다
한숨 쉬는 둘
숨소리를 언어로 쓰는데
공기를 해석할 줄 모른다
서로의 체취를 들이마시고
영원을 믿는다
바람은 서툴고
소나기는 확고하다
서툰 바람에
새겨진 가시 모양의 관
보이지 않는
고통은 진실
우리는 누워만 있어도 죽는다
사는 게 뭔지
모를 때에만 산다
서향 창으로
그림자가 달라붙는다
밤이 온다
영원보다 강한 밤
서러운 냄새
각질이 날리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