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듯 말 듯 꾸물거리던 아침.
이쯤 되면 시끌 시끌 소리가 잠을 깨워야 하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것? 그런 분위기가 더 안 좋을 수도 있다고 판단되기에 몸을 벌떡 일으켜 거실로 나와보니..
두 아이 각자 젓가락 하나씩 들고 있었고, 뭔가 보니
옥수수에 꽂아 들고 뜯어먹고 있는 것이다. 아주 맛있게-
그 모습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커서 꺼내먹고 데워먹고 하나
싶어 대견스럽기도 하면서 상황이 웃기기도 하면서 행동들이 귀엽기도 하면서 역시 입에 뭐가 들어가야 조용하 다는 건진리의 법칙이구나 싶어 픽 하고 웃으며 시작한 하루.
귀찮지 않은 날이 없기에 오늘도 귀찮은 몸뚱이를 다지고자 운동복을 챙겨 입고 나왔다.
그래, 일단 밖으로 나오면 그다음부터는 쭉쭉 진행된다.
그것만 생각하며 일단 몸을 일으키자-
나름 선선해진 날씨 속에서 축축한 땀이 아닌 촉촉한 몸으로 도착한 체육관. 어제 자식에 대한 진한 애정의 마음을 가지며 누구보다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고자 마음을 단단히 먹은 상태였는데.. 분명히 그랬는데…
줄넘기 한 번 하고 물 마시러 가고 다시 하나 싶더니만 화장실 가고 또 줄을 넘는가 하면 둘이 싸우고 한번 뛰어넘기가 그렇게나 힘들었고 결국 참다 참다 또다시 터져버린 나의
샤우팅-
하, 이러면 안 된다고 명심하고 다짐한 상태지만 하루아침에 바로 고치기는 역시 어려운 거라 위안 삼으며..
이미 나온 샤우팅 도로 넣을 수는 없으니 최대한 멋쩍음을
숨긴 채 제대로 하라고 조금은 부드러워진 목소리와 그렇지 않은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남편이 없으면 우리의 운동은 뭔가 늘 어설펐고 오늘도
그렇다고 느끼며 마무리된 운동-
그냥 하나씩 뜯어먹기 편해서 그런지 아이들은 오늘의 점심도 김밥을 요구했고 나에게 나쁠 거 없는 요구이기에,
받아드려 김밥 포장해서 집에 도착하니 때 마침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빗줄기들. 시원하다
목요일은 아이들의 성경공부가 있는 날이라 조금 더 빠르게 준비해서 나가야 했고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 둘이 보내는 데 마음이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아이들이 나가고 도착했다는 연락을 기다리며 마무리해야 할 집안 정리를 하고 남편과 해야 할 것도 마무리한 뒤 어제저녁 미리 예약해 두었던 미용실로 향했다.
딱, 시간 잘 맞춰 도착. 7년 넘게 다니고 있는 단골 미용실-
나는 익숙한 공간과 익숙한 사람을 좋아하기에 절대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미용실은 이곳으로만 간다. 무조건-
내 머리는 염색모라 관리가 필요해 한 달에 한 번은 꼭 뿌리염색을 하러 와야 한다. 그래야 사람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보기만 해도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아는 사이라 별말 없이 진행되는 상황 속 이번엔 내가 조금 더 어두운 계열로 염색을 해달라고 말했다.
지난번 우연히 지나가다 만난 중학교 때 친구가 내 머리를 보며 왜 이렇게 밝게 했냐며 안 어울린다고 했던 말을 아예 신경 쓰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의 한마디로 그렇게 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그냥.. 이제 가을이 되고 하니 어두운 색이 하고 싶을 뿐..이라고 해두며 그렇게 어두운 색으로 염색을 시작, 머리를 감고 말리기까지 마무리되니 제대로 색이 뿜어져 나왔고 거울을
보는데.. 너무 만족스러운 것이다.
뭔가, 느낌 깊은 가을 여자가 된 느낌이랄까? 진짜로
이리저리 보며 색을 느끼고 있던 중 원래 이 색으로 하면
엄청 어둡게 나와야 하는데 머리카락이 얇아서 밝게 나온 거라 거 말씀하시던 사장님.
괜찮다고 마음에 든다고 말하니 에센스를 바르고 조금 더 머리를 더 말려주시면서 머리카락은 얇은데 머리가 왜 이렇게
안 마르냐고 하시던 사장님.
두 마디에 나의 미래 머리 상태가 걱정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말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우리 관계과 마음에
들었고 들면서도 머리카락이 얇아지는 것에 대해 한참 고민하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이렇든 저렇든 나는 가을 여자의 모습이라 마음에 들었으니
기분 전환은 대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