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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죽지 않아요

[27] 더더욱

by 은조

지난 토요일, 사촌 동생 결혼식이 있었다.

사촌이라면 그리 가깝지 지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의 태어나고 기억할 수 있는 시기부터 우리는 한 동네에서 함께 자라며 다 같은 성별과 한 두 살의 터울이라 모두 친구처럼 가깝게 붙어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에 친밀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로 성인이 되면서 살아가는 방향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우린 교회라는 울타리가 있어 크게 멀어지지 않은 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사촌동생의 결혼식은 뭔가 느낌이 더 남달랐다. 결혼한다는 소식과 함께 날짜가 잡히고, 디데이를 세며 은근히 떨리기도 하다가 기다려지며 설레기도 했다.


결혼식은 온 가족들의 잔치인만큼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었고 유독 보고 싶었던 분들을 많이 만나

기쁜 마음으로 인사하며 우리 아이들까지 반겨주시니 너무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데, 저 멀리 우리보다 늦게 온 엄마와 새아빠 딸과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웃음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얼버무리듯 인사를 나누고 빠르게 움직여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안에는 북적북적, 자리가 거의 다 차 있었고 가족석만 비워져 있던 상황


그곳 가족석에 이미 앉아있던 외할머니와, 사촌들.

그 옆에 우리 아이들까지 앉으니 자리가 남지 않았다.

뒤이어 엄마와 새아빠 가족들이 들어오며 입으로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눈으로는 자리를 보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그냥 앉아 있었더니만 쓱, 건너편 자리 비워져 있다며 저기로 가자며 저기가 신부석이라며 굳이 굳이 먼저 앉아 있던 사람들을 다 데리고 가는 것이다.


항상 그랬다. 매번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이끌어야 하고 작아지면 안 되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주인공병 말기 놀이.


아니 여기에 앉을 곳이 없으면 본인들만 가서 앉으면 되는 거지 아닌가? 굳이 다 끌고 가야 하는 건가? 정말 난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변하지 않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그때도 지금도 나는 한 번도 그 주인공 병에 휩쓸리지 않았다 더더 욱 절대로. 혼자 있으면 있었지 그 놀이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왜 저러냐는 욕을 먹을지언정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잇었겠는가?! 마음으로는 매번 울고 있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 부단히 노력했지만 나는 언제나 외톨이 같았고 매번 외톨이였고 겉만 빙빙 돌고 있는 떠돌이 같았다.


나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그곳에 끼고 싶다고 해도 내가 낄 수 없는 곳이란 걸. 그래서 난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고 바라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근데 이번엔 너무 좋았던 건 내 옆에 너무나도 든든한 남편과 아이들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


내 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다 데려갈 수 있었고 그렇다고 자신 있어하겠지만 단 세 사람 내 울타리의 가족들은 절대 데려가지 못한다는 정확한 사실을 나도 그 사람도 분명히 알았고, 내 곁을 절대 떠나지 않을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더 이상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힐끗힐끗 건너편을 보지 않아도 됐다.

내 옆에 있는 존재들이 너무나도 크도 든든했기에 건너편을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더 이상 어떤 식으로 주인공 놀이를 하더라도 기죽지 않는 것을 확신시켜 주어 고맙기까지 하다.

예전처럼 그런 척,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느끼게 해 주어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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