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다행이다
띠리릭- 띠리릭- 띠리리리리릭
아침에 제일 듣기 싫은 소리.
알람 소리에 절로 인상이 구겨진다.
구겨짐이 펴지기도 전, 너무나도 귀에 거슬리는 그놈의 소리를 멈추기 위해 한쪽 눈을 찌푸린 채 검지 손가락으로 여러 번 중단 버튼을 터치해 댄다. 물론, 한 번으로도 멈춰진다는 걸 알지만 모르겠다, 그 순간엔 그렇게만 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것을.
알람 소리가 이렇게까지 듣기 싫어지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이곳으로 직장을 옮기고 이곳 세상을 본격적으로 알아갈 때쯤 되니 하루의 시작이 끔찍해지면서 눈을 뜨면 시작되는 일상이 점점 싫어지기 시작된 것이다.
이게 맞는 게 아니겠지만 누워서 밝게 뜬 햇빛을 보며 드는 생각이 하루가 얼른 끝나면 좋겠다는 간절함이라니
지금은 모든 생활이 끝난 뒤 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너무나도 허망하고 절망스러운 소망뿐인 이런 하루하루가 과연 언제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마음속 물음표를 그려가며 지내는 요즘.
최대한 햇살처럼은 못하지만 티 안 내려는 얼굴로 출근길에 나선다. “갈게” 하며 애써 덤덤히 인사를 하고 “다녀와” 남편의 인사를 받으며 문을 닫은 뒤 엘리베이터버튼을 누르고 나면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을 삐져나온다.
이제 정말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었구나-
돌이킬 수 없는 진짜의 하루. 온전히 내가 이끌어 나가야 하는 나만이 감당해 내야 하고 견뎌야 하는 나만의 하루가-
직장까지 걸으며 머릿속엔 또 다른 답이 있는 물음표를 그린다. 정말 하루가 끝나긴 할까? 내가 이 길로 다시 집에 가는 순간이 돌아오긴 할까? 알면서도 물어보고 싶고 알지만 자꾸만 생각해보고 싶다. 정말 있는 건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어이없게도 왔던 이 길로 다시 집에 돌아가긴 가는구나.
집에 도착하고 나를 반겨주는 아이들을 보고 난 그제야 안심이 되면서 온몸을 잡고 있던 긴장감이 풀리며 그럼에도 다행이다. 이렇게 무사히 아이들을 만났고 무사히 하루가 끝났으니까. 힘든 나날이지만 그럼에도 다행일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