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센치 벽 너머
누군가 죽어가고 있어요
지갑 속에 품어온 그리운 얼굴을 옆에 두고
슬픔을 나누고 아픔을 보듬어 줄
단 한 사람도 갖지 못한 밤
알콜을 겹겹이 껴입고 떠났어요
외로운 벽의 무게를 허물지 못하고 떠난
집과 집 사이의 이십 센치의 벽
그 거리는 가깝지만, 걸음은 멀기만 했어요.
살아있는 이웃들의 마음도 죽음에 감전된 듯 참혹하기만 했어요
조용한 문상에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 오후
한 송이 국화를 툭, 방안에 두고 묵념을 했어요
오늘의 물건이 내일은 유품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죽음을 외면하지요
고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천국으로 가는 이삿짐을 싸는
해를 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