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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Jul 22. 2024

유품 정리사


이십센치 벽 너머

누군가 죽어가고 있어요

지갑 속에 품어온 그리운 얼굴을 옆에 두고


슬픔을 나누고 아픔을 보듬어 줄

단 한 사람도 갖지 못한 밤

알콜을 겹겹이 껴입고 떠났어요


외로운 벽의 무게를 허물지 못하고 떠난

집과 집 사이의 이십 센치의 벽

그 거리는 가깝지만, 걸음은 멀기만 했어요.


살아있는 이웃들의 마음도 죽음에 감전된 듯 참혹하기만 했어요


조용한 문상에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 오후

한 송이 국화를 툭, 방안에 두고 묵념을 했어요


오늘의 물건이 내일은 유품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죽음을 외면하지요


고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천국으로 가는 이삿짐을 싸는

해를 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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