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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남 카라 Nov 04. 2024

2. 청춘의 불안과 고독이 주는 힘

 기성세대는 흔히 젊은이들에게 열정을 불태우고 낭만을 즐기라며 당부한다. 왜 그토록 입을 모아 열정과 낭만을 강조하는 것일까? 세월이 흐르고 뒤돌아보면, 그들에게 가장 결핍되었고 아쉬움으로 남은 것이 바로 그 열정과 낭만이기 때문이다. 청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열정을 불사르며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는 소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성세대가 젊었던 시절, 그들의 청춘은 어떠했을까? 스스로 보잘것없다고 여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가늠조차 어려웠다. 이러한 불안은 그들 마음을 흔들었고, 그 누구도 이 고통을 알아주지 않는 듯한 고독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시간이 흘러 무언가 성취하고 기성세대가 되었지만, 그들은 이제 자신이 겪었던 지독한 불안과 고독을 망각한 채 청춘의 열정만을 찬양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기성세대를 청춘으로 되돌려 놓는다면 어떨까? 그들이 젊은이들에게 조언하던 그 열정과 낭만을 과연 즐길 수 있을까? 현재의 불확실하고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그들도 역시 불안과 고독에 짓눌릴 가능성이 크다.


  열정과 낭만은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성과 지향적 환경에서 불안은 필연적이며, 진정한 열정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내면적 경쟁에서 온다. 나의 이익을 내려놓고 이타적인 마음을 품을 때, 그 열정은 신의 선물처럼 다가온다. 그렇게 마음을 비울 때 자연은 스스로 낭만을 선사하고, 자연 그 자체가 낭만이 된다.


  진정한 열정은 청춘뿐 아니라 삶의 어느 시기에도 열릴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기성세대는 삶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타인을 위한 열매를 맺으며 성숙한 인생을 살 기회가 열린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열정과 낭만을 젊은이들에게 요구하고, 마치 자신은 이미 그 경지에 오른 듯 젊은 세대를 바라본다.


  사실 청춘은 열정이나 낭만보다 불안과 고독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청춘은 명검을 단련하는 시기다. 마치 페르세우스가 신들에게 받은 명검 하르페로 메두사를 처단하고 안드로메다를 구출했던 것처럼, 우리도 청춘의 불안과 고독 속에서 인생이라는 여정을 함께 할 명검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명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며, 수많은 연단과 담금질이 필요하다.


  청춘의 불안과 고독은 삶의 모험을 위해 필요한 무기를 다듬는 과정이다. 불안은 더 나은 준비로 끊임없이 노력하게 만들고, 고독은 내면을 강하게 하여 자립심을 키운다. 오늘의 기성세대 역시 이러한 연단을 거쳐 형성된 것이다.


  이제 열정과 낭만을 외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청춘의 불안과 고독을 신의 선물로 받아들이자. 우리 모두는 이 시기에 불안과 고독을 밑천 삼아 자신만의 명검을 갈고 닦아야 한다. 그래야만 페르세우스처럼 삶의 모험을 통해 자신의 서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신의 선물도 과하면 병이 되기 마련이다. 불안과 고독이 적정선을 넘어서면 불안증,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과도한 불안을 줄이고 고독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무엇일까? 불안은 주로 경쟁적 성향이 강하고 자존감이 약한 사람에게 나타난다. 타인과의 경쟁을 자신과의 경쟁으로 바꿔보려는 시도가 중요한 이유다.


  니체의 말처럼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다 보면 타인과의 경쟁에서 오는 불안은 줄어들고, 꾸준히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고독의 시간 역시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혼자의 시간을 잘 활용할 방법 중 하나는 독서다. 독서는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도 저자와 소통하고 대화하며 지혜를 나누는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을 만나 철학을 논할 수도, 알렉산더 대왕과 원대한 꿈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예수, 부처, 노자와 함께 영적 이치를 깨닫고, 융과 함께 무의식을 탐험하는 여정이 될 수도 있다.


  불안과 고독은 청춘에게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아니라 인생의 명검을 만들기 위한 귀한 재료다. 신의 선물인 불안과 고독을 잘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관리하고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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