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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만남도 오프라인만남도 아닌 쪽지만남?!

얼굴도 모르지만...


길을 걷다가 손님이 제법 있어 보이는 로컬 국숫집을 발견했다. 

'국수 한 그릇 먹을까'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을 먹을까 메뉴판을 보다가, 

태국어로만 써진 메뉴판을 보고 흠칫 놀라며 당황하고 있던 중...  

메뉴판 아래쪽에 붙어 있는 쪽지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분이 남기신 메모같았는데...

그 쪽지는 마치 길을 잃은 나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같았다.

 

치앙마이 40일 살기 30일 차입니다.
Pork soup은 한국인이면 불호 없을 맛이에요!
적게 들어가긴 하지만 고수가 들어가니 고수를 싫어하는 분들은 빼달라고 하시고, 누들(noodle)을 줄지 물어보시는데
그때 번역기를 돌려서 숙주나물도 달라고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혹시나하고 여쭤봤는데 친절히 숙주 추가해주셨어요!
  짱 맛 탱.


메모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에 이끌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분의 추천 메뉴인 Pork soup를 시켰다. 

번역기를 돌려 숙주나물도 추가로 부탁하였다.


국수가 나오고 한 입 먹어보니 왜 추천 메모를 남겼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출처: giphy.com

이븐하게 잘 삶아진 돼지고기는 숟가락으로도 쉽게 잘릴 정도로 부드러웠다.

군내 없는 고소한 맛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국물은 깊고 진하며

면발은 쫄깃하고 탱글탱글했다.

특히, 숙주나물은 이 국수의 킥이었다!!


부드러운 식감, 탱글탱글한 면발, 아삭아삭한 숙주나물까지.. 다양한 식감이 내 입속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내적 친밀감


쪽지를 쓴 분이 누구신지 모르지만, 내적 친밀감이 찐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지만, 국수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결된 듯한 기분이었다. 


맛있는 국수를 즐기고 나니, 누군가의 작은 글귀가 나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었음을 깨달았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비록 그분이 나의 쪽지를 보지 못하더라도...

쪽지 옆에 내가 쓴 쪽지를 살포시 붙였다. 


덕분에 Pork Soup+숙주나물 맛있게 먹고 갑니다 ^0^




쪽지 만남


온라인만남, 오프라인 만남도 아닌,

우연한 쪽지 만남이었지만 

덕분에 그날 하루가 참 든든해졌다. 

작은 소통으로 행복치가 쌓였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 식당은 내 최애 치앙마이 국숫집이 되었다. 



TMI .. ^^ 

똠양 스파이시 에그 누들(계란면)도 참 맛있답니다.


# 나의 최애 치앙마이 국숫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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