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back] 함께 있어도 그리운 일상

레체 관찰기

by 푸르름


눈을 떠보면 레체는 대개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다. 심심해 죽겠지만 깨우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내가 일어나면 반가움을 표시하지만 내가 다시 졸리다며 눈을 감으면 또 포기하고 다시 눕는다. 마침내 기지개를 켜면 꼬리 치며 신나 한다.

(c) Leche @holaleche


아침 산책은 가볍게 (종종 쾌변과 함께) 한다. 코시국에는 내가 하는 일이 잦았는데 지금은 별일 없는 한 제1보호자가 산책을 도맡아 한다. 이제 레체와의 산책은 일상이 아닌 이벤트가 되었다. 식사도 마찬가지인데 동거인이 자리를 비울 때만 내가 전달받은 대로 급여해 준다. 건식에서 습식으로 넘어간 레체는 최근 피부 알레르기를 잡기 위해 식이조절도 하고 있다. 그리고 멋진 몸매 관리를 위한 정확한 급여량 체크도 필수이다. 유산균도 같이 먹인 적도 있지만 지금은 오메가만 더 먹인다.


나도 아침을 후딱 먹고 나면 출근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할 준비를 한다. 코시국 재택에 익숙해져 있는 레체는 내가 일을 시작하면 책상 아래에 자리를 잡고 쌔근쌔근 자기 시작한다. 오전에는 꽤 길게 잘 자는데 가끔 회의소리가 커지면 한숨을 푹 내쉬며 문 앞으로 가 눕기도 한다. 어릴 때는 지루함을 못 참고 일어나 의자에 손을 올리고 놀아달라는 표시를 하기도 했으나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더 이상은 그러지 않고 그냥 조용히 기다린다. 단 회의가 끝났다는 것은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거나 간절한 눈망울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좋은 꿈을 꾸시나봐요. (c) Leche @holaleche
끝났니? (c) Leche @holaleche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웬만하면 급한 일을 끝내고 일하면서라도 후딱 끼니를 때우는 게 나의 목표이다. 그래야만 주어진 점심시간을 레체와 보내는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산책은 짧지만 소중하다. 늘어지게 잔 레체도 기운을 회복해서 즐겁게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총총 걷는다.

귀여운 발자국 (c) Leche @holaleche

오후부터 재개된 업무와 함께 레체도 2차 낮잠에 돌입한다. 중간중간 회의나 일이 끝날 때마다 레체의 상태를 체크하고 물을 마셔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거의 통하지 않는다). 기나긴 오후 업무로 지쳐갈 때쯤 6시가 되어가고 다시 레체와의 산책이 기다리고 있다. 저녁도 웬만하면 일하면서 먹고 레체도 미리 줄 수 있으면 준다. 저녁 산책은 보통 좀 길게 돌면서 레체가 참았던 요의도 해결하고 온갖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 준다. 밝게 웃는 레체의 모습을 보면 오늘 하루의 힘들었던 일이 모두 보상받는 것 같다.

(c) Leche @holaleche
(c) Leche @holaleche

집에 와서 씻고 TV 좀 볼까 하면 레체가 조용히 와서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답이 없으면 근처에 벌렁 누워서 자기 시작한다. 그러다 내가 마침내 들어가서 자려고 하면 얼른 깨서 침대 위로 점프한다(가끔은 먼저 상석을 선점하기도 한다). 따뜻한 온기를 주는 레체가 고맙다.

맑은 눈의 귀요미 (c) Leche @holaleche
Shotgun (c)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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