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모든 일은 반반씩.
부부 둘 다 유학생이었다.
둘이 같이 공부를 하다 보니 가사를 반씩 나눠서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야 부인도 공부할 시간이 생기니 그러기로 남편과 약속을 하였다.
부인이 아이를 등교시키면 남편은 하교를 담당하고 부인이 식사준비를 하면 남편은 설거지를 부인이 빨래를 세탁기에 넣으면 꺼내서 너는 것은 남편이 하기로 했다.
지나다 보면 남편이 부엌에 서있는 것을 자주 본 것으로 보아 약속을 꽤 잘 지키는 것 같았다.
기숙사의 세탁기는 공동세탁장에 있어서 시간 맞춰가서 빈 것이 있어야 넣을 수 있으니 넣는 것도 쉽지 않았다. 넣었으면 시간 맞추어 꺼내야 다음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구조였다. 시간을 맞춰 기계를 사용하다 보면 왔다 갔다 해야 해서 사실 공부할 시간이 많이 깨진다.
더구나 이과생은 실험실에 있어야 해서 이런 분담은 어렵다. 강의 시간 빼고 주로 집에서 공부하는 문과가 가능한 일이다.
하루는 남편이 학생식당에 와서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국정치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집 남편의 특기가 정치 관련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칠 줄 모르는 것이었다.
한참 이야기 중인데 부인이 오더니 "빨래 꺼내야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하며 남편을 불러갔다.
이를 본 남자들은 "여기까지 올 시간에 자기가 꺼내지!"라 했고 여자들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한데 좀 너무하긴 한다."
학생 기숙사에서 학생식당까지는 차를 타고 10분쯤 가야 한다. 버스를 타면 당연히 더 오래 걸린다.
그런데도 찾아와서 남편을 불러간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남편의 말이다.
"우리 집 컴퓨터가 언제 여길 왔어?"였다.
아마 다른 남편 같았으면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인데 그 집 남편의 반응은 그랬다.
부부는 비슷해야 사는 것 같다.
아니 서로 인정을 해줘야 살 수 있는 것 같다.
자기 부인이 얼마나 똑똑하다고 여기면 남들 앞에서 컴퓨터라고 하겠는가!
이 말은 남편이 부인을 인정하고 그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부부는 별 탈 없이 살아간다.
남이 보기엔 너무한 것 같아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