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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콩닥콩닥 적응기

8화. 이상한 담임선생님

by 권에스더

캐나다에서 말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아들이 한 6개월이 지나자 귀가 트였다. 귀가 트이니 말이나 왔다.


어지간한 말을 알아듣고 자신의 생각도 말하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학교에 다니던 아들은 특히 점심시간을 좋아했다.


일주일치 식단을 보며 기다리는 요일도 생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친구들과 즐겁게 먹고 운동장을 나가 놀다 보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도 그리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잘 해냈다. 친구도 많았다.


가끔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나와 잘 먹지 못하고 있으면 교장장선생님이 지나가면서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먹고 탈 나는 것보단 그것이 낫다. 음식보단 네 몸이 더 소중하니 쓰레기통에 버려라!"고하셨다.

아들 머리엔 이 말이 꽉 박혔다.

음식보다 자기가 소중하다고,...

그건 맞는 말이다.


캐나다의 기간을 채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니 적응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학교 담임선생님이 나이 드신 남자분이라 점심시간에 편식을 없애야 한다며 싫든 좋든 모든 반찬을 골고루 나눠주고 다 먹으라고 하셨다.


다 먹은 후엔 식판을 머리 위에서 뒤집으라고 하셨다.

국물이 남거나 하면 머리에 떨어지는 것이다.

정말 깜짝 놀랐다. 선생님께 의도를 여쭤보니 "편식을 없애려 한다."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군인도 아니고 어린아이인데....

선생님사고가 너무 굳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들은 생오이소박이를 못 먹는다. 오이비린내를 싫어해서 구토가 난다 했다.

그럼 머리 위로 뒤집어써야 하니 아들이 짝꿍한테 "십원 줄게 먹어줄래?" 그렇게 해결을 했다.

이게 말이 되는 교육인가?


어느 날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엄마! 음식보다 내가 더 소중한 거 아니야? 나 건강하라고 먹어야 하는 게 음식이잖아. 나 토할 것 같다는데 왜 자꾸 먹으래!"


난 할 말이 없었지만 나이 든 선생님시절엔 음식이 모자라서 귀한 것을 알라고 그러시는 거야.

아들은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잖아!"

아들이 다 맞는다 생각했다.


또 이 선생님이 힘들게 한 것은 숙제를 새벽 6시에 10분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 게시판에서 사라져 숙제를 할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공부하는 루틴을 만들어준다며 실시한 것이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부모도 따라서 자지 못하게 할뿐더러 아이들을 괜히 피곤하게만 만든다는 것이다.


좀 유별난 선생님을 만나 아들은 한국에서의 학교생활 즐거움이 사라졌다.

하나 남았다면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체육시간마다 선생님이 같이 한 것이었다.

그것만이 학교생활을 겨우 견디게 해 주었다.


한국에 오니 새 환경에 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또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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