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리모델링
병실 리모델링
이놈의 병원은 환자가 입원해 있는 상태에서 병실 리모델링을 들어갔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때려부수고 드릴을 박고 자르고 하는 공사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바로 위층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는 머리가 돌기 일보 직전이었다. 멀쩡한 사람도 이 정도인데 환자들은 어떨까 싶다. 견디기 힘든 소음으로 병 고치러 왔다가도 병 얻어갈 판국이다. 항의를 해도 이미 진행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더니 환자들 앞으로 떡 한 조각을 돌리며 입막음에 나선다.
입원한 환자들을 쫓아낼 수는 없으니 한층 전체를 리모델링하여 공사가 끝나면 바로 아래층 환자를 올려보내는 식이란다. 그렇게 여러 날 공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늘은 2층 환자들이 3층으로 옮겨가는 날이다. 새 병실로 옮겨가더라도 자리에는 변동이 없을 텐데 환자를 실을 침대며 짐들을 끌고 간병인이나 보호자들이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엘레베이터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무슨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어딜 가나 이놈의 줄서기 신물이 난다.
병실에서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엘레베이터가 한가할 때쯤 짐들을 챙겨 누워있는 남편을 침대째 끌고 나갔다. 남편이 아침 먹고 토하기 시작했고 가슴 사진을 찍고 와서도 토하여 점심부터 금식으로 들어갔다. 그런 사람을 침대에 눕혀 이동을 하려 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되는 게 아니었다. 침대를 끌고 나갈 때 혹시라도 기도로 토사물이 들어가면? 발작이라도 하면? 다행히 남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리모델링한 병실은 창이 튼튼하고 깔끔해서 좋았지만 공사 특유의 마감재 냄새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며칠이 지나야 이 냄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2011년 5월 6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