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잎들이 거의 떨어진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재빨리 사진 정보를 확인해 보니 2월 22일 저녁 5시 37분에 찍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 보아도 코끝이 쨍 하지만 그때의 차가우면서도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겨울의 끝자락에 둘레길을 걷고 철쭉공원으로 돌아서 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걸어가던 길 위에서 잠시 한숨 돌리고 싶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르른 하늘 가운데 하얀 상현달이 이쁘게 웃고 있었다. 아직은 밝은 하늘에 달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달은 항상 하늘에 떠 있지 않은가!
물론 낮 달을 볼 수 있는 몇 가지 환경이 결합하면 낮에도 달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밤에 보는 달에 익숙해져서 밤에만 달이 하늘에 떠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수 있다. 사람 혹은 사물에 대한 익숙함과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젖어 들어간 편견 속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헤엄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해도 자연은 항상 자신들만의 스케줄 속에서 그곳에 있어왔고, 지속적인 움직임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불현듯 느꼈다.
요즘의 자연재해나 온난화 현상들을 보면 인간이 끼어들 수 없는 영속성에 자꾸만 인간이 개입하여 그 질서는 흐트러지고 그에 따른 결과는 아마도 인간에게 뜨겁게 돌아올 것으로 여겨진다.
세월이라는 시간의 톱니바퀴가 굴러가면서 미래에 언제라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기를, 코끝 시린 겨울의 차가움을 느껴 볼 수 있기를, 떨어진 낙엽을 바라보며 센티멘탈해질 수 있기를,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이 힘들어진다면 너무나 불행할 것 같다.
발전을 위해 달려가는 불마차를 조금은 늦춰야 하지 않을까? 합리적인 공생-자연과 인간, 동물, 식물 등-관계를 유지하고 이끌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늘의 푸르름을 눈에 가득 담고 계절마다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과 생기를 찾아가는 나무들의 풋풋함을 바라보며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둘레길을 걷는 행복감을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가슴에 안고 가고 싶다.
2023년 2월 22일 저녁 5시 37분에 찍힌 상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