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가슴이 어린아이 마냥 뛴다. 밖에 나가서 내리는 눈 속에 옷깃을 한껏 세우고 하염없이 걸어 보고 싶다. 그리고 돋보기를 들고나가서 눈의 결정모양도 관찰해 보고 싶고, 눈사람도 이쁘게 만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따뜻한 이불을 벗어나 문지방을 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과감히 이불을 걷어차고 눈이 그치면 둘레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때 한마디로 익명의 다양한 작가들의 멋진 눈사람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눈이 참으로 즐겁고 마음도 훈훈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하다.
똑같은 모습은 하나도 없으며 창의적인 형태와 위트 있는 모습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약간의 장식을 내가 첨가한 눈사람도 있다. 작가의 허락을 받으려고 해도 불가능하여 임의로 내가 허락 없이 만져서 익명의 작가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겨울의 한가운데 눈이 쌓인 둘레길을 걸으면 체력뿐만 아니라 마음건강에도 너무 좋다. 흰 눈처럼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다양한 이름 모를 작가들의 눈사람 작품을 감상하고 자연의 멋진 계절의 변화가 만들어 내는 풍경에 정신적인 치유와 마음의 정화를 느끼는 것에 항상 감사하게 된다.
똑같은 길을 사계절 걷다 보면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고 있고 그 속에서 자연 역시 일정한 속도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흐름이 직선인지 곡선인지 아니면 둥근원을 그리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인지는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지마다 눈꽃을 달고 있는 벚나무 이모들, 굴참나무 아저씨, 그리고 이름 모를 참나무 아저씨 아줌마들… 진달래 소녀, 생강나무 총각, 쪽동백 아가씨도 만나 인사하며 안아 본다. 추운 날씨에도 잘 지내시고 봄날에 생기 충전하여 이쁜 잎들과 꽃들을 피우시라고 나의 마음을 전해본다.
둘레길에서 만난 익명의 작가들에 의해 탄생된 눈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