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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숙 Aug 20. 2024

하늘.. 가슴속 그리움

누구나 가슴 한편에는 어릴 적 소중한 이루지 못한 꿈이 담겨있을 것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어쩌다 한 번씩 꺼내어 보면서 천방지축에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던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 

여름이 짙어지는 날에는 평상 옆에 모깃불을 피우고 동네 친구들, 이모 집 언니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수다 떨거나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다 깔깔거리고 엄마가 가져다준 참외 한 덩이를 돌려 먹으면서 이유를 붙일 수 없는 즐거움들이 가득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모집 언니가 물었다 “주야. 니는 커서 뭐게 되고 싶은데?”

나는 평상에 누워서 깜깜한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서 말했다. “나는 별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가. 별이 깜깜한 밤에 우짜면 저렇게도 이쁜지 알고 싶데이.” 

아마도 나는 별이 밤에만 하늘에 나타난다고 생각했나 보다. 

지금 도시의 불빛에 가리어진 밤하늘과 그 시절의 밤하늘이 가진 깊이는 정말 다르다. 어두움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짙고 검푸른 물결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이 새틴처럼 우아한 검은 어둠은 한마디로 멋졌다. 

또한 그 속에서 빛나는 보석 같은 존재가 가슴에 와 박혔고 별을 공부하고 별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적인 꿈으로 조금씩 바뀌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고이 자리 잡고 있는 소중한 그 시절의 꿈은 지금도 하늘을 날고 싶게 만든다.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고 나아가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하늘보다는 땅을 보고 더 많이 지낸 듯하다. 무거운 삶의 고뇌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빠르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저 땅을 바라보며 수레바퀴 만을 굴려온 듯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생활이 의미가 없거나 허무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때의 조건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상향을 고이 접어두고 현실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젠 뇌세포가 생성되기보다는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가는 나이가 되다 보니 연구보다는 즐기고 느끼는 쪽이 훨씬 현명하게 생각된다. 

특히 코로나시기에 둘레길 걷기를 시작하면서 차분히 하늘을 즐기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마음의 얼룩들이 희미해지고, 깊은 수렁과도 같은 감정의 골들이 평탄해지면서 넓어지고 편안해지는 나 자신을 대면하게 되었다.  바위에 기대어 바라보는 하늘에 안기는 그 순간은 한겨울이라도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고, 있는 그대로 나를 알아주는 것 같아 감사했다. 

하늘은 내 꿈의 시작이었고 나를 조건 없이 깊이 이해해 주는 친구 같은 대상이다. 

해가 떠오르는 동녘하늘도 멋있고 노을이 지는 서쪽하늘도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계절마다 바뀌는 혹은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의 모습들이 너무 멋지다. 

둘레길을 걸으며 걸음마다 어깨의 짐을 숲바닥에 내려놓고 숲의 초록향기에 정화된다. 그리고 고개 들어 바라보는 푸른 하늘이 내 마음에 가득히 들어와 나를 더욱 풍부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멋진 수채화 같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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