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을 걷다가 멈춘다. 나의 발에서 뿌리가 나오고 나의 온 신경은 숲 속의 나무들과 교류를 하기 위한 전기신호를 만들어 낸다. 나의 팔은 가지로 변하고 그 가지마다 파릇파릇 어린잎들이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그 잎들은 힘을 가지며 튼튼한 녹색으로 변한다. 나의 몸통은 나무줄기가 되어 튼실한 뿌리와 가지를 받쳐준다. 새들이 찾아온다. 벌들이 날아든다. 나비도 팔랑거리며 날아온다. 푸른 잎 사이마다 햇빛이 춤을 춘다. 꽃이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흔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열매를 맺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이어진다. 차가운 겨울이 오면 조금 쓸쓸해지지만 에너지를 축적하고 포근한 눈이 내리면 다가올 봄을 기쁘게 기다려 본다.
둘레길에 서서 난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