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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두나 세나 네나

파이와 미쯔의 사랑, 그리고 그들의 결실

by 미소




<미처 하지 못했던 사랑의 기록>이라는 첫 번째 브런치북에서 우리 집에 온 갈색 푸들 초코가 어떻게 엄마가 되었는지, 그리고 초코가 낳은 강아지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 써 놓았다. 브런치북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나는 덮어놓고 쓰기만 하다가 이들의 이야기를 요상한 시점에서 끊어야만 했다.


두 번째 브런치북인 <미처 하지 못했던 사랑의 기록 2>에서 초코의 아들 파이가 미쯔를 만나, 귀여운 네 마리 강아지를 낳은 시점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간략하게 요약해 두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초코와 알파, 파이, 미쯔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집 갈색 푸들들의 가계도도 다시 첨부한다.


하나, 두나, 세나, 네나의 할머니 초코 이야기 1

https://brunch.co.kr/@20052023/39

하나, 두나, 세나, 네나의 할머니 초코 이야기 2

https://brunch.co.kr/@20052023/40

초코가 얼떨결에 엄마가 된 이야기

https://brunch.co.kr/@20052023/41

초코의 아들 알파와 파이의 이야기

https://brunch.co.kr/@20052023/42

하나, 두나, 세나, 네나의 엄마 미쯔가 우리 앞에 나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20052023/46

초코.png 가족관계도가 드디어 완성된 날.



미쯔의 임신은 충격과 공포였다. 단골 동물병원 수의사님 피셜 '얼마 못 살 강아지'였기 때문에 우리는 미쯔가 설마 임신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시 임신 중에 아프기라도 할까 우리는 미쯔의 건강을 예의주시했다. 게다가 미쯔 뱃속 새끼들의 아빠가 파이임을 큰삼촌이 공인하면서 혹시나 새끼들도 장애가 있을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파이는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강아지였다.



CAM02404.jpg 두나 세나 막둥이 하나 순서로 누워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귀가 작은 만두처럼 접혀있다.


다행히도, 걱정은 기우였다. 미쯔는 그 작은 몸으로 네 마리 새끼를 건강하게 출산했다. 미쯔를 닮은 까만 푸들 한 마리와 파이를 닮은 갈색 푸들 네 마리였다. 미쯔는 슈나우저 같기도, 몰티즈 같기도, 푸들 같기도 한 그런 강아지였는데 태어난 네 마리가 모두 완전한 푸들의 모습을 한 걸 보면 미쯔 역시 슈나우저나 몰티즈보다는 푸들의 피가 많이 섞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갓 태어난 이 넷은 정말 귀여웠다.




이름을 지어주어야 했다. 미쯔 아빠인 큰삼촌은 깜찍하고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던 것 같지만 우리는 기억하기 쉬운 세트바리 이름(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라든가 산, 구름, 바다 혹은 한치 두치 세치 네치 뿌꾸 같은)을 추천했다. 우리 집 만의 오래된 이름 공식이었다.


삼촌은 고민 끝에 이를 따르기로 했다. 결국 네 강아지의 이름은 출생순으로 하나, 두나, 세나, 나나가 되었다. 네나는 좀 그래서, 나나로 바뀌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나는 삼촌에 의해 막둥이로 변해 지금까지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미미니 나나니, 그런 인형 이름은 살아있는 것에 잘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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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하나를 제외하고는 사실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나 옆은 세나, 세나 뒤에는 나나 같긴 한데...



네 귀염둥이들은 눈을 떴고, 귀가 열렸고, 아장아장 걸었다. 참 귀엽긴 하나, 나는 얼른 얘들의 입양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와 큰삼촌은 나와 생각이 좀 달랐다.


큰삼촌은 까만 하나와 막내 나나를 자기가 키우겠다고 했다. 까만 하나는 넷 중 유일하게 엄마인 미쯔와 몸털 색이 같아서, 막내인 나나는 넷 중 가장 약하게 태어났어서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그리고 적어도 두 마리는 엄마인 미쯔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두나와 세나였는데, 엄마는 자기가 키울 테니 입양 보내지 말자고 했다. 분명 자기가 키우겠다고 했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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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요럴 시기에, 두나와 세나는 우리집에 왔다. 그 날 당일에 없어졌던 두나세나의 거실집이 그들 뒤쪽에 있다.



두나와 세나는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다. 엄마가 키운다고 했지만 엄마는 같이 자는 강아지는 초코 하나로 족하다고 했고, 그 때문에 거실에 울타리를 치고 분리수면을 시키려 전부 준비를 해 두었다. 그러나 4개월 된 두 마리 강아지는 불 꺼진 거실에 남겨진 그 순간부터 합심해서 새벽까지 낑낑대고 울었다.


밤을 새울 기세인 둘의 울음소리를 못 참은 내 방문이 엄마보다 먼저 열렸다.




두나와 세나는 결국 나와 살게 되었고, 옥상에서 고양이들과 아들들 등살에 쭈구리처럼 살았던 초코도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초코는 천방지축 강아지 두나와 세나를 받아주어 사이좋게 지냈다. 그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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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세나, 두나, 두나 그리고 둘이 함께인 사진. 둘은 이렇게 자라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 동물들의 주도권은 개들에게로 넘어왔다. 우리가 고양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이 즈음, 나는 눈이의 등에 소독약을 들이붓고 있었다. 우리의 바로 옆에서 잠들고 숨 쉬는 동물이 강아지들이었을 뿐, 우리는 여전히 고양이들까지도 함께 반려하고 있었다.


스스로 등에 상처를 내던 고양이, 눈이 이야기

https://brunch.co.kr/@200520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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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미쯔의 첫 새끼중 나나(막둥이), 하나 미쯔의 두 번째 새끼 유나와 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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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를 교육중인 엄마개 미쯔.



미쯔는 그 뒤로 새끼를 한 번 더 낳았다. 하나, 두나, 세나, 막둥이를 낳고 난 미쯔가 약해질까 걱정이었는데, 웬걸, 더 건강해졌다. 미쯔는 우리가 방심한 사이 한 번 더 임신을 했고 이 둘 중 갈색 강아지는 작은 삼촌이 아는 사람이 데려갔다. 데려가기 전까지 우리는 그 강아지를 체리라고 불렀는데, 어떤 이름을 갖게 되었을지 궁금했지만 부담스러워할까 묻지 못했다. 까만 강아지는 이모가 데려가 유나라는 이름을 주었고, 아직도 같이 잘 살고 있다. 이모도 그즈음부터 지금까지, 정해진 주거지에서 유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모도 자기 집이 있었더라면 굳이 우리 집에 동물들을 데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쯔의 두 번째 임신 이후 우리는 서둘러 알파와 파이를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건강한 두 수컷이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게 여러모로 나았다. 그 과정에서 알파가 잠복고환이었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알파는 애초부터 겉으로 드러나있지 않았던 고환의 실종 사실을 굳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는지, 넥카라를 부수고 수술한 자리를 뜯어 다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방구석 여포 아니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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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8_124836.jpg 왼쪽 위부터 세나, 초코, 두나.



우리는 어디로도 보내지 않은 강아지들을 무럭무럭 키워나갔고, 나름대로 산책 연습도 시켰으며 한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전부 병원으로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시켜버렸다. 더 이상 키우는 동물이 늘어서는 안된다는, 있는 동물만 잘 키우자는 굳은 결심이었다.


그렇게 초코, 세나, 두나가 집에서 함께 사는 '실내 3견 시대'가 시작되었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열여덟 마리의 고양이와 일곱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살았고 그중 일부와 이별했습니다. 그들과의 삶과 이별을 담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미처 하지 못했던 사랑의 기록> 링크를 눌러보세요. 떠나간 존재들, 그리고 제 옆을 지키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 놓기 시작하던 시절의 기록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200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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