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세계에 우뚝 서 있는 곳
식탁광역시
여자는 밤이면 식탁등을 불빛 삼아
고독한 산책을 나선다
식탁 상판에 노니는 자음과 모음들
글판에서 뛰어노는 여자의 자유로운 영혼은
해가 빠끔 고개를 내미는 새벽
피로에 취한 육신이 꾸벅꾸벅 조는 밤
의무과 권리의 빗장을 풀며
식탁 위에 드러누워 배영을 즐긴다
아침에는 시리얼이 부슬거리는,
점심에는 라면 국물이 침을 흘리는,
저녁에는 뚝배기에 찌개가 용솟음치는,
사각의 원초적인 돌밥 세계
식탁광역시
그 자치시에 사는 여자는,
앉아서 마시듯 밥을 먹다가
낄낄낄 웃긴 세상에 밥알을 튀기며 소리치다가
꺽꺽꺽 억울함에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붓는다
자신을 위한 방 하나 갖지 못한 여자는,
사각의 링에 쪼그려 앉아
남편의 어퍼컷 한방에 으스러지고
아이의 무심한 독침에 몸살을 앓는다
식탁광역시여!
굳건하라!
여자는 사각의 식탁 위에서
혼자만의 광복光復을 맞이한다
식탁 독립만세!
식탁광역시 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