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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건강 관리-운동

매일 활기차게 나아가는 시간

by ligdow


*운동 원칙*

:규칙적으로 하되, 운동의 빈도와 강도는 나의 건강 상태와 체력에 맞춰 조절하기

: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오히려 몸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기



1. 항암과 방서선 치료 중

- 운동 목표: 절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체력 유지


평소에 걷기, 달리기, 전신 스트레칭과 맨몸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왔다. 3년 전부터는 음식과 운동으로 체중을 2.5kg 늘려 키에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 왔고, 암 진단 한 달 전에는 남편이 새해맞이 겸 생일 선물로 등록해 준 필라테스 1년 수강권 덕분에 주 2~3회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나름의 항암식으로 조심스럽게 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1kg이 빠졌고, 항암과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면서 어쩔 수 없이 2kg을 더 보내야 했다. 그토록 애써 유지해 온 중요한 대근육들이 줄어드는 걸 보며 마음이 쓰라렸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매일 아침 병실에서 간단한 동작으로 몸을 풀고,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근처 공원을 천천히 걷는 정도로 활동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있을 때처럼 경사진 곳에서는 뛰고 평지에서는 빠르게 걷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전신의 피로가 너무 커서 욕심을 낼 수가 없었다.


대신 도수치료와 림프마사지를 받으며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몸이 받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고 했다. 이 시기의 운동은 회복이나 체력 강화보다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충분했다.


맨발 걷기를 하며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병실로 내려와 연필로 적어둔 노트에는 회복을 향한 간절함과 몰입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일 땅을 딛고 걸으며 몸의 감각을 되찾고자 했던 그 마음이 노트 속에 지금도 또렷이 남아 있다.


흐릿한 연필 글씨에 회복을 향한 또렷한 의지를 담았다.


암 치료 중 운동이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운동이 암 생존율을 높이고, 재발과 전이의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접하게 되었다.


특히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은 면역력 회복, 염증 완화, 치료 부작용 감소, 삶의 질 향상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나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껏 운동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몸이 힘든 시기에는 운동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지 않고, 몸 상태를 살피며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2. 치료 종료 후

-운동 목표: 수술을 대비한 회복과 체력 강화


치료 부작용을 관리하고 회복하기 위해 두 번째 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고압산소치료를 받은 지 며칠 만에 항문 통증이 사라지면서 몸을 움직이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게 줄었고,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옥상에서 하루 세 번 30분 이상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병원 복도에 설치된 건식 족욕기에서 20분간 족욕으로 체온을 높이고, 바로 앞 온열실에서 몸을 릴렉스시키며 전신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걷기–족욕–온열–스트레칭으로 이어지는 이 루틴은 내 몸에 생기를 되살려주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반복될수록 내 몸은 조금씩 가볍고 따뜻해졌고 마음도 함께 풀어졌다.


퇴원 후에는 수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의 방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목표는 심장 기능을 강화하고 폐활량을 늘리는 것. 암 치료 직후라 체력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고, 쉽게 지치고 숨이 찼지만 그 안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기 위해 애썼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차근히 해나갔다.


식후에는 천천히 20–30분 걷는 시간을 가졌고, 별도의 운동 시간에는 저강도 인터벌 달리기(걷기–천천히 달리기–다시 걷기)를 10분가량 이어갔다. 심박수를 무리 없이 조절하면서 심폐 지구력을 조금씩 회복해 가는 것이 목표였다. 늘 해오던 전신 스트레칭과 중력을 활용한 맨몸 운동도 꾸준히 이어갔다.


발끝 치기는 잠들기 한 시간 전쯤, 매트 위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엄지발가락끼리 또는 발가락 전체를 가볍게 부딪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작은 동작이지만 발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온몸의 혈액순환을 돕는 효과가 있는 운동이다. 몇 분만 반복해도 발끝에서 퍼지는 따뜻한 감각이 다리 전체를 감싸며 몸과 마음이 함께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다.


손끝 치기는 손가락 끝을 가볍게 맞대는 간단한 동작으로, 손등을 두드리거나 가볍게 손뼉을 치는 동작과 함께하면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뇌를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별한 장소나 도구 없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식후 산책을 할 때 절반은 실리콘 악력기를 쥐고 손에 자극을 주었고, 나머지 시간은 손끝 치기를 하며 손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작고 단순한 움직임이지만 걷는 동안 손을 가만두지 않고 리듬감 있게 움직이다 보면 산책이 단순한 걷기를 넘어 몸을 깨우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는 폐운동은 수술을 앞두고 더욱 신경을 썼다. 암 수술 후에는 마취나 절개, 통증 등으로 인해 호흡이 얕아지고 폐활량이 줄어들기 쉬운데, 이는 회복 속도나 감염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수술 전에 조금이라도 폐활량을 키워두려고 더 의식적으로 호흡 훈련을 실천했다.


특히 들숨에서 흉곽이 충분히 확장되는지, 날숨이 부드럽고 길게 빠져나오는지를 천천히 확인하며 심호흡을 연습했다. 내 몸이 큰 수술을 잘 견뎌내려면 가장 기본인 숨 쉬는 힘부터 길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호흡에 집중했다.


수술을 앞둔 그 시기에 운동은 단순한 체력 단련을 넘어 회복을 준비하고 희망을 키워가는 시간이었다. 몸은 여전히 힘들고 쉽게 지쳤지만, 그 안에서도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움직이며 다가올 날들을 차분히 준비했다.





3. 지켜보기로 결정한 후

-운동 목표: 근육량과 체력 증가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운동에 대한 나의 목표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더 이상 회복이나 수술을 위한 준비가 아닌, 재발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건강 관리’가 중심이 되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체력과 근육량을 서서히 늘려가며 꾸준히 나를 돌보는 것이 중요해졌다.


하루 세 번, 식사 후 20~30분씩 걷는 산책은 소화를 돕고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었고, 이 습관은 어느새 내 일상 속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자리 잡았다. 주 2회는 유산소 운동으로 수영과 중강도 인터벌 달리기를 번갈아 실천했다. 수영은 심폐지구력과 관절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고, 달리기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강도를 조절하되 대부분은 중강도의 리듬을 유지하며 꾸준히 이어갔다.


9월과 10월, 두 달간은 주 2회 맨발 걷기도 꾸준히 이어갔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걷는 시간은 자연과 연결되는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어느 날 발뒤꿈치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다. 족저근막염 초기 증상 같다는 직감에 곧바로 중단했다. 요양병원의 부드러운 황토길과 달리 일반 흙길은 내 발에 부담을 주었던 듯하다.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즉각 반응하는 것이 운동 관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깨달았다.


아침과 저녁에는 매트 위에서 발끝 치기와 림프 순환 마사지를 이어갔다. 오전에 한 번, 잠들기 한 시간 전에 한 번, 짧지만 규칙적인 이 루틴은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하고 평온하게 마무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틈날 때마다 손끝 치기, 손등과 손가락 자극, 손뼉 치기 같은 사소하지만 효과적인 움직임들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매일 20분 이상 맨몸 근육 운동도 실천했다.

대둔근, 중둔근, 대퇴사두근을 중심으로 한 런지와 스쿼트 같은 하체 강화 운동은 내 몸을 탄탄하게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다. 각 근육을 부드럽게 늘려주는 스트레칭은 유연성과 관절 가동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 몸 하나만으로도 할 수 있는 운동들은 단순했지만, 내 몸에 더 귀 기울이게 해 주었고, 그 꾸준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이 시기의 운동은 단순한 회복을 넘어서 근육량과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꾸준한 실천이었다. 다시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즐기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집 근처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인바디를 측정하며 내 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했고, 그 수치는 운동의 방향을 잡는 기준이자,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내 몸이 서서히 회복되는 것을 느꼈고, 그 믿음이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세워주었다.




운동은 치료처럼 눈에 띄는 즉각적인 변화를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걷기, 달리기, 스트레칭, 맨몸 운동, 물속에서의 움직임, 발끝과 손끝을 가볍게 두드리던 짧은 시간까지, 그 모든 순간이 내 하루를 조금씩 더 가볍게 하고 몸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며, 그날의 몸 상태에 맞춰 차근차근 이어온 운동 덕분에 나는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서 있다. 운동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숨이 차는 순간마다, 땀이 흐르는 시간마다 나는 오롯이 나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를 정성껏 돌본다.


암 환자에게 운동은 단순한 체력 회복을 넘어 생명을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러 연구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하면 면역력이 강화되고, 염증 수치가 감소하며, 암 치료 과정에서 흔히 겪는 피로, 수면 문제, 우울감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물론 모든 운동이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내 몸 상태에 맞는 적절한 강도와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의 나에게 운동은 내 삶을 나답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운동이 하기 싫은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것. 오히려 뭐든 더 하고 싶은데 무리하지 않으려고 참는 게 힘들 정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 몸에 맞는 속도로 꾸준히 움직이며 일상을 잘 살아가고 싶다.




6월 9일 검사 이후 체중은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ㅠㅠ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수영장 가기 10.11 맨발 걷기 with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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