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캐나다의 보석, 레이크 루이스 맛보기
"다른 곳은 몰라도 레이크 루이스는 가보고 싶어."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간다는 내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가 가장 먼저 건낸 말은 인사도 안부도 아닌 레이크 루이스였다. 세계 10대 절경, 죽기 전 가봐야 할 관광 명소 50위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그 호수.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길래 그러는 걸까?
겨울왕국이다!
레이크 루이스를 소개하는 공식 사이트에서는 이 호수의 매력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터키색 호수, 빅토리아 빙하, 치솟아 있는 산 배경, 호화로운 호텔'이라고 정의한다. 겨울에 방문하게 되면 여름과 같은 초록빛 호수를 볼 수는 없지만, 대신 꽝꽝 얼은 표면과 그 위를 가득 덮은 눈을 마주하게 된다.
눈이 두텁게 오지 않았던 11월과 12월에는 호수 전체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눈이 온 뒤로는 이를 치워 놓은 호수 가장자리에서 각종 빙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하키 게임, 얼음 썰매, 스케이팅 등 그 종목은 다양하다.
얼음 위에 올라가 360도로 호수를 둘러 보면 그 풍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 거대하고 아름답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엘사가 살 것 같은 겨울 왕국.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눈길은 단단히 다져져 있어 걷기 편하지만, 한 발자국만 잘못해서 옆으로 내딛으면 온 발이 다 젖을 정도로 깊이 빠지게 된다. 추운 날이었는데도 얼음 위, 눈 아래에는 축축한 물기가 가득하다.
만약 이 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방수화 혹은 등산화를 신고 오기를 추천한다. 아이젠이 있다면 호수 주위를 트래킹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장소에서 벗어나, 호수를 따라 쭉 돌다 보면 작은 폭포를 포함해 로키 산맥의 아름다움을 더욱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다.
이 호수가 그렇게나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Fairmont Chateau Lake Louise)라는 5성급 호텔 덕분이기도 하다. 호수를 둘러싼 침엽수와 닮은 청록색 지붕과 베이지색 외벽은 디즈니 성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 '샤토'가 프랑스어로 '성'이니 말 그대로 고성이다. 내부 사진을 보면 고급스러운 나무 샹들리에, 우드톤의 복도, 다양한 조각상 등이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는 듯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호텔 로비에서 차를 마시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투숙객만이 호텔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쉬워서 한 박 머물러 볼까 하다가, 방금 확인해보니 1박 숙박 요금이 대략 70-80만 원 정도. 내가 거주하는 캘거리 대학교 기숙사의 한 달 월세와도 맞먹는 금액이니 빠르게 포기다. 대신 호텔 밖에서 열심히 그 아름다움을 즐겼다.
호텔 앞 아이스 바에서는 위스키를 팔기도 하고, 겨울 느낌을 물씬 나게 하는 얼음 조각상들도 많았다. 잠시나마 추운 몸을 녹일 수 있는 불멍 장소와, 간단히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다. 호텔 로비로의 입장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재미를 호수 옆에 마련해 놓은 셈이다. 화장실이 가고 싶다면 주차장 옆의 화장실 건물을 이용하면 된다. 호수에서 걸어서 3분 정도 소요된다.
겨울의 아름다움은 봄 혹은 여름보다 단조롭다. 사진을 찍어도 온통 검정, 하늘, 그리고 흰 눈 뿐이기에 선명한 사진을 얻기가 쉽지 않다. 에메랄드 빛 호수, 푸르른 산맥과 나무들, 그 아래 핀 잔디와 꽃을 모두 가진 봄과 여름, 그리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의 색은 다양하지만, 겨울은 무채색이다.
그래서 그런지, 눈과 눈이 아닌 것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레이크 루이스의 매력이 더 돋보였던 듯 하다. 형태와 명암만으로도 풍부한 시각적 만족을 주는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에서 보내는 겨울이었다.
더 많은 사진이 궁금하다면, https://www.instagram.com/photo._.zero/
더 많은 글들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231db458940647f/1
https://brunch.co.kr/@231db458940647f/5
https://brunch.co.kr/@231db458940647f/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