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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Oct 01. 2022

불면증에 걸린 10살 아들

 밤이 되고 아이들이 다 자는 시간, 약간의 소리에도 이런 생각이 든다.

 ‘아들 인가?’

무의식 중에 문을 바라보며 문이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따로 재우기 시작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안방의 방문을 두드린다. 다시 데려다주고 토닥여 주고 재워도 다시 찾아온다. 자는 중에 오면 포기하고 같이 자기도 한다.  안 찾아오는 날은 1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아들을 잘 재우기 위한 노력은 태어났을 때부터 해왔다. 전통육아 방식을 따라 해 본다며, 원하는 만큼 안아 줘 보기도 하였다.  결국 눕히긴 해야 하니 많이 안아주고 조심히 눕혔다. 하지만 등 센서로 눕히자마자 울어재끼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금 커서는 그래도 수면 관련 책도 많이 참고해서 수면 패턴도 만들어주었다.  먼지 알레르기도 있어서 먼지도 없애주고, 많은 노력으로  나아지는 듯했다.   

   


 한 방에서  3명의 아이와 함께 잔다는 것은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했다. 아들이 1학년이 되는 시점에 우리도 좀 편히 자보자고 3명의 아이를 같이 자게 분리하였다. 그때부터 아들은 줄기차게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잠이 안 온다, 무섭다, 안기고 싶다. 배 아프다.’

등등 끊임없이 이유를 대며 찾아오고, 어떤 때는 아무 이유 없이 울기도 하였다.

 다시 아들을 재우기 위한 발악이 시작되었다. 달래도 보고 혼내도 보고, 수면에 좋은 영양제도 먹여보고, 한약도 지어 먹여 보았지만, 잠깐 나아지는 듯도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냥 전처럼 다시 데리고 잘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옆에서 잘 때에도 여전히 많이 뒤척이고, 이를 갈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함은 역력했다.      

 


 결국 고민 고민 끝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되었다. 생각보다 어린이를 받아주는 정신과를 찾기 쉽지 않았다.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아도 전화를 해보면 예약이 이미 몇 개월이 밀려있는 곳도 많았다. 어렵게 한 병원을 정해 다니기 시작했다. 굳게 마음먹고 다니기 시작했지만, 아이가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을 볼때 마음의 무너짐을 느꼈다.

 ‘못 자는 것보다는 약 먹고 자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겠지.’라는 마음의 다짐을 하였다. 약을 한 알 늘릴 때마다 불안감이 찾아왔다. 주변 약사에게 질문해서 괜찮은 약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미안함과 불안함이 내 마음에 찾아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약을 먹고 있지만 여전히 찾아온다. 전보다는 얌전히 자고, 아침에 개운해하는 것이 보인다. 아들이 찾아올 때마다 두 가지 마음이 늘 내 안에 있다. 안쓰러움과 이번만은 숙면에 성공하길, 제발 이 지겨운 재우기 고통에서 벗어날 길 오늘 밤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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