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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Oct 22. 2019

오색단풍으로 물든 그녀 설악산, 가을의 정점을 찍다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천불동 계곡, 천당폭포, 오련폭포, 비선대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날이 이제야 차가워진다. 

어떻게 보면 낮에는 덥고 밤에는 차갑고 날씨의 기분변화가 변덕스러운 아가씨의 마음과도 같다. 

그 변덕에도 내가 최근 몇 년간 매년 찾아보는 절세가인의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이름하여 '설악' 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녀를 불문하고 그 미모로 하여금 입이 자연스레 벌어지게 만든다. 

그 아름다움은 어머니의 것이 아니요, 누이동생의 것도 아니요 그냥 아름답기만 한 꼬꼬마 어렸을 적 선망의 대상이기만 했던 티끌 하나 없던 동네 화려한 아가씨의 미모를 닮았다. 

그 동경의 미모를 다시금 느끼고자 수업을 마치고 밤 야간산행을 위한 버스에 11시 30분 몸을 실는다. 






밤, 차들이 많지 않아 2시쯤 금세 '설악휴게소'에 도달한다. 

잠깐 졸았지만 차에서의 잠은 꿀맛 같다. 

그곳에서 30여분 시간을 보내고 다시 출발해서 '한계령'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내려주고, '오색 약수'가 있는 곳에서 내려 머리의 랜턴을 켜고 수백여 명의 산우들과 함께 새벽 3시에 열리는 문을 열고, 밤 산의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진다. 

초입에선 정신없이 한 시간쯤 계단을 오르다가 언덕 배기에 올라서니 찬바람이 분다. 

그곳을 지나며 하늘을 바라보니 반짝이는 별이 정겹다. 

조금씩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오르면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밤의 물소리 따라 30여분 오르면 '설악폭포'가 나온다. 

설악폭포는 대청봉까지의 중간에 있는 폭포라 이 폭포에 다다르면 " 아,!"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단지, 폭포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느끼는 

'아, 이제 반밖에 못 왔구나'  

의 의미가 클 것이다.

밤이라 폭포의 자태를 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다시 급경사를 맞아 힘겹게 오르고 이 힘듦에도 덥기만 하지 땀이 잘 나지 않는 날씨의 신기함을 느끼며 오르니 산 한쪽에서 주황빛 하늘이 터져 오른다.

붉은 계열 색들을 전부 모아 놓은 듯 하늘이 벌겋게 번진다. 

아침에 동이 터오는 시간 6시 35분까지는 무리일까 싶다가도 열심히 달리다 보니 '대청봉'에 도달하며 바다 위 하늘의 구름 한편으로 붉은 혀를 내미는 모습이 보인다. 

"아, 일출을 설악 대청봉에서 다시 보는구나"  

아름다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해에 덴 듯 잠이 깨고 기분이 뜨거워진다.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 '중청봉'으로 내려와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앞쪽 아저씨께서 끓인 라면도 나눠 주셔서 맛있게 먹는다. 다시 여장을 꾸려 설악의 아름다움을 맛보러 출발한다. 















'소청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이라는 '주목' 이 마중 나와 있고, 그 산길 능선 따라 하산하는 길에는 멀리 '울산바위'와 '공룡능선' 그리고 '천불동 계곡'이 어우러져 이 세상 풍경이 아닌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소청봉'에 다다르고 '봉정암'으로 가는 방향과 '희운각 산장' 방향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희운각 방향으로 내려가니 작년 가을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시간을 보냈던 그 공간에 다시 다다른다. 

그 자리에서 다시 만끽하는 그때 그 정취가 그대로 떠오른다. 

'희운각'에 다다르는 곳으로부터 붉은 단풍이 색으로 유혹하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없다. 

'희운각'에서 잠시 쉬는데 어떤 아저씨분이 바위를 잘못 밟고 구르셨는지 얼굴에 붕대를 감고 헬기를 타고 내려가신다. 

가을 아름답기만 한 계절 속에 자칫하다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긴장하고 내려간다. 

하산길은 마치 36색 물감을 온산에 다 풀어 그 색 속에 풍덩 빠진 기분이다. 색은 햇빛이 비치며 더 선명해지고 영롱해진다. 

그 색 속에 묻혀 내려오다 물소리가 들리며 설악만의 맑은 계곡이 나온다. 

그 계곡을 따라 소와 폭포와 단풍이 어우르는 풍광에 눈이 멀듯 홀리다가 폭포 앞에 30여분 앉아 스케치를 담는다.  































조금 더  내려오니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심상치 않아 바라보니 천상의 것으로 이름 지어진 '천당폭포' 그 폭포를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내려온다. 

밑으로 단풍과 아름다운 소들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조각품들을 선보이다 절정에 다다른 곳은 '오련폭포' 굽이 굽이 꺾어진 모습이 멀리서 바라보아야만 전체가 보이는 폭포의 우아함이 정말 애절해 보인다. 

그 폭포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다시 열심히 달려 '공룡능선'을 타고 오는 사람들과 만나는 '비선대'에 다다른다. 

'비선대'에서 점점 완만해지는 평지길로 변해가며 '신흥사'에서 올라온 관광광객들과 조금씩 합류한다.  

'권금성' 그 또 다른 얼굴의 설악을 보려는 인파들의 사이로 달려 C지구에 있는 버스를 만난다. 

올해 가을의 설악은 내가 만난 설악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한 절대 가인의 모습이었고, 그렇게 고맙게도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20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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