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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명 Nov 18. 2024

월요일을 쓰다



비가 오래 내렸다

너는 월요일이면 비가 그칠 거라 했다

나는 구름의 일을 맞추는 것은

처음이 마지막의 안부를 묻는 것과 같다며

창문을 열지 않았다     


기억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으나 우리는

불안을 걸러내며 흘렀다

폭우가 매번 월요일을 삼키듯이 쏟아졌다     


틈새에 갇힌 습기가 벽을 만드는 동안

나는 너로 인해 달이 떴다고 웃었다

너는 나로 인해 해가 떴다고 울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월요일을 맞았다


달을 연민이라 쓰고 해를 신파라 읽어도

바람은 물속에서 자유로웠다 그때,

우리가 우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침묵이 멈춘 배경으로 남아

물에 잠긴 징검다리를 무사히 건너는 일     


우리는 시작이 보이는 끝과 끝으로 돌아섰다

누구도 길의 향방은 묻지 않았다     


낮달이 너무 밝아 넘기지 못한 달력이

빗물에 더 이상 젖지 않을 때쯤

우리는 몸을 비웠다     


햇빛이 땅 위에 다시 요일을 쓰기 시작했다

뒷면 없는 월요일이 쑥쑥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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